좋아하는 詩

대책 없는 봄날 - 임영조

효림♡ 2009. 4. 20. 09:34

 

* 대책 없는 봄날 - 임영조

얼마 전 섬진강에서 가장 이쁜 매화년을
몰래 꼬드겨서 둘이 야반도주를 하였는데요

 
그 소문이 매화골 일대에
쫘악 퍼졌는지 어쨌는지는 몰라도
도심의 공원에 산책을 나갔더니
아, 거기에 있던 꽃들이 나를 보더니만
와르르 웃어젖히는데 어찌나 민망하던지요

 
거기다 본처 같은 목년(목련)이
잔뜩 부은 얼굴로 달려와
기세 등등하게 널따란 꽃잎을
귀싸대기 때리듯 날려대지요
옆에 있는 산수유년은
말리지도 않고 재잘대기만 하는 품이
꼭 시어머니 편드는 시누이년 같아서
얄밉기만 하고요
개나리도 무슨 일이 있나 싶어 꼼지락 거리며
호기심어린 싹눈을 내미는데요

 
아이고, 수다스런 고년들의 입심이 이제
꽃가루로 사방 천지에 삐라처럼 날리는데요
이 대책 없는 봄을 어찌해야겠습니까요
  

'좋아하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울기는 쉽지 - 루이스 휘른베르크  (0) 2009.04.22
전라도 가시내 - 이용악  (0) 2009.04.21
그 곱던 얼레지 꽃 - 박남준  (0) 2009.04.17
얼레지꽃 지던날 - 김택근  (0) 2009.04.17
얼레지꽃 - 김내식  (0) 2009.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