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맨 처음 연밥 한 알 속에 - 안도현
그대
연꽃이 피는 것을 보았는가
한 송이 물 위로 떠오르며
둥
또 한 송이 물 위로 떠오르며
둥둥
연꽃이 피는 소리 들어보았는가
그대 그때 두 귀를 열고 있었는가
이세상이 아파서
이세상의 모든 상처 위에
상처의 쓰라림 위에 쓰라림의 기쁨 위에
연꽃은 핀다네
뿌리를 뻗어 진흙땅을 다 껴안은 뒤에
꽃으로 하늘을 떠받들어 올리는 꽃
그리하여 그 향기로
아픈 세상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꽃
저 혼자 피는 꽃이 아니라네
여럿이 손잡고 한꺼번에 피는 꽃이
연꽃이라네
연못에서만 피는 꽃이 아니라네
그대의 두 눈동자 속에도 피는 꽃이
연꽃이라네
그대 연꽃이 두둥둥둥 피었다고
꽃만 보며 한나절 보내지는 않을 테지
외로운 우주의 중심으로
꽃대를 밀어 올리는 안간힘 속에
맨 처음 땅에 떨어진 연밥 한 알 속에
이미 피어 있는 연꽃도 보고 있을 테지
* 안도현시집[그대에게 가고 싶다]-푸른숲
'안도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뜨거운 밤 - 안도현 (0) | 2009.06.03 |
---|---|
마지막 편지 - 안도현 (0) | 2009.06.03 |
그리운 당신이 오신다니 - 안도현 (0) | 2009.05.15 |
연 - 안도현 (0) | 2009.05.15 |
명자꽃 - 안도현 (0) | 2009.05.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