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14 -호박들 - 김용택

                       

* 섬진강 14 -호박들 - 김용택

자갈밭귀퉁이에 담장밑응달에
개똥도안누는곳 여기저기아무데나
호미로득득긁고 꼬쟁이로푹푹찔러
듬성헐쩍땅을파서 두어개씩던져넣고
몸묻힌둥마는둥
달구새끼발톱피해 들쥐산새눈을피해
싹이나고잎이나서 줄기나고넝쿨뻗어
오뉴월불볕속에 긴뿌리에긴긴넝쿨
덩케덩케어우러져 목이타고애가타도
몇년몇년칠년가뭄 물한모금안준다네
시들시들잎늘어져 시달리고시달려도
물한모금안준다네
아침일찍일어나서 꺼끄런손내밀어
타는목을축인이슬
아무데나손내밀어 넝넝쿨을뻗다가
경운기에걸리면은 낫질칼질움잘렸네
잠자다가떡먹기로 돼지똥물흘러들어
어화둥둥호박꽃 어화둥둥호박꽃
호박꽃도꽃이여 호박꽃을피웠더니
호박꽃도꽃이냐고 깔보거나비웃더라
너무그리말더라고
둥게둥게겅중겅중 호박꽃도꽃이랑게
어화좋네호박꽃 호박꽃도꽃이랑게
호박꽃도꽃이라고 호박벌이날아들어
장가가고시집가고 애호박이열렸더니
놀부새끼지나면서 손톱찍고말뚝박네
우리몸이무슨죄여 눈물흘려푹푹썩어
앞꼭지에뒤꼭지 푹푹썩어떨어지네
이난리에저난리 맨맞하게두들기며
아무데나푹푹쑤셔 아무데나탕탕쏘아
무심할사인심이여 허멍할사세상이여
쌀보리만곡식인가 고추배추만채소인가
양호박만호박인가 왜호박만호박인가
전쟁나고흉년들어 부황들어누럴때
호박댓국호박죽 허천나게찾더니
뱃속들이따땃타고 너무그리말더라고
모내기때백중날에 호박부침호박무침
제사쌀에호박떡 정성이부족하면
호박떡이선다네
아쉬울땐번쩍찾고 이철저철다지나고
무서리가내려서 잎과줄기다끊기고
논밭두렁버려진땅 싯누렇게자빠져서
호박뎅이딩구네 딩굴딩굴딩구네
이리둥굴저리둥굴 쳐다보도안하면서
여기저기차이다가 여기저기피멍드네
서럽네요요세상 썩을놈의이세상
뒤집어질요세상 요요요요저세상
어떤호박팔자좋아 양옥지붕올라가고
고관대작거실에서 그림쟁이화실에서
딩굴딩굴놀면서 호박팔자상팔자로
호강요강다하는데
대대손손재래종 아무데나던져져서
진주전주고부마산 광주화순평양서울
주렁대롱대롱주렁 우리호박서럽다네
바위위에올라간놈 바위에서떨어지고
헛간지붕올라가놈 헛간똥에떨어지고
울타리로올라간놈 울타리서떨어지고
측간지붕올라간놈 측간똥통빠지네
임꺽정에장길산 진주광주마산부산
이엉뎅이저엉뎅이 전봉준에안중근
이통수에저통수 전태일에오일칠
이정갱이저정갱이 이마통이터지고
마디마디골병들어 몸살끙끙뒹구네
아구구구애구구구 뼈마디가쑤셔절려
농민전쟁삼일운동 사일구에오일팔
너무그리말더라고 너무그리말더라고
호박몸도몸이고 호박병도병이여
가을일을다끝내고 공판까지다끝내고
하릴없이놀다가 돼지소밥떨어지면
지게바작찢어지게 바작타고물건널때
저기저기저물속에 호박얼굴내얼굴
가시찍힌손마디 햇볕에탄농부얼굴
우둘투둘울퉁불퉁 농부얼굴내얼굴
한짐두짐져날라서 마루구석헛간구석
아무데나처박아 8자고쳐도로8자
쥐새끼가파먹고 아이들이툭툭차고
아무데나쌓였다가 매를맞고썩어가면
뭉텅뭉텅썰려서 구정물통에호박씨
호박씨만건져서 아랫목에말려서
호박씨를까놓으면
장명동에당그레정들 히죽해죽저도둑놈
하죽허죽이도둑놈 호박씨를한입에넣네
못살겠네못살아 이리저리못살아
호박같은이세상 뒹굴뒹굴뒹굴면서
가슴쳐야퍽퍽퍽 내가슴만폭폭허네
어허어허뒹굴어보세
뒹굴뒹굴뒹굴어서
대대손손오적들 뒹굴어서몰아내세
논밭두렁산넘어 막힌둑을넘어서
덱데굴덱데굴덱데굴 둥글뒹굴굴러서
박터지고으깨지고 얻어맞아피터지고
줄기줄기피맺혀서 뒹굴뒹굴밀고가세
가시덤불낭떠러지 비바람속눈보라속
꽁꽁얼고푹푹썩어 여기저기산꼴짜기
오는봄을만나며는 이땅저땅우리땅땅
여기저기새싹나고 넝넝쿨을뻗어가서
네손내손꽉꽉잡고 여기저기감아올라
어라둥둥어화둥둥 둥게덩케어우러져
어라좋네호박꽃 어화좋다호박꽃
호박꽃을피우세
이내강산저내강산 호박꽃을피우세
꽃가루를날려서 주렁대롱열리세
못난얼굴천년만년

이강산도저강산도
뒹굴뒹굴뒹굴면서 어화좋네뒹굴면서
우리세상호박세상 어라둥둥어라둥둥
양춤왜춤오만잡춤 몰아내어
겅중겅중둥게덩게 어깨춤을절로추세
호박세상만들어 호박벌을뽑아서
호박꽃을피우세
일제이제삼제사제 또그제를몰아내고
호박꽃이진짜꽃 호박꽃을피우세
이꽃저꽃만든꽃 헛꽃들을몰아내고
우리꽃을피우세
삼천리에금수강산 우리꽃을피우세
우리꽃을피우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