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섬진강 27 -새벽길 - 김용택

효림♡ 2009. 6. 23. 08:30

* 섬진강 27 -새벽길 - 김용택

 

가네 떠나가네

찔레꽃 핀 강길을 따라

물소리 따라오는

어스름 새벽 달빛 밟으며 가네

가지를 말라고 가지를 말라고

물소리 따라오며

발목을 잡는

설운 강길을 따라

차마 떨어지지 않는

떨리는 발길마다 채이는

눈물을 차며

강냉이잎 사이 달 같은 얼굴들,

아아, 부서지는데

가네 떠나가네

메밀꽃이 하얗게 피고

깨꽃이 지던 삼밭머리

산굽이 돌아오는

새벽 강물 가슴에 채이는데

아부지 아부지

우리 아부지 지겟짐 뒤따라

새벽길 가네

동네 묻히는 산굽이 돌 때

뒤돌아보면

텃논 보릿잎 위로

웅크리고 서서

울지를 마라 울지를 마라

덤불 같은 우리 어매 손짓에

눈물이 앞을 가려

풀꽃 흐려지는

서러운 길

서울길 가네

어매 어매 나는 가네

말없는 아버지 지겟짐 따라가네

우리 어메 날 낳아

가난한 일 속에 날 기른

헐벗은 젖가슴 같은 산천

뻐꾹새 울어 우거지는데

꽃다운 내 열여섯

보리 패는 새벽 논밭에 두고

새벽차 타러

서울길 가네

내 짐 부려놓고

깔 한 짐 베어 짊어지고

새벽길 돌아가는

아부지 아부지

우리 아부지 들길에 두고

기적소리 울리며

만나고 헤어지는

굽이굽이 섬진강 굽이마다

꽃다운 내 열여섯

푸른 물결에 띄우며

서러운 눈물 모퉁이 쓸어안고

기적소리 울리며

서울길 가네

나는 가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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