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색의 - 마상청앵도 - 김용택

효림♡ 2009. 6. 26. 08:13

[마상청앵도 - 김홍도]종이에 수묵 117.5x52.2cm 간송미술관 소장                 

 

* 색의(色衣) - 마상청앵도 - 김용택

 

비, 색색의, 봄비

수양버들이 비를 맞고 휘늘어졌네

휘늘어진 가지에 푸른 물 내려오네

저렇게 휘늘어져 어쩌자는 것이냐, 세상의 푸른 속살이여!

내 몸 위를 걷는 빗줄기들의 발소리

귓속이 세세히 열리고, 숨구멍들이 환하게 뚫렸어

열리는 몸속으로 찾아드는 저 사랑의 속삭임, 한 방울의 희망과 두 방울의 눈물들

거리는 음악이고, 그림이고, 영화라네

붐비는 발소리들, 오! 저 숨소리들, 사랑의 손짓과 몸짓들

깔깔거리는 저 놀라운 웃음들

비는 거리를 바꾼다네. 때리고, 건들고, 스며들고, 적시고

 

땅속에서, 나뭇가지 속에서, 허공에서, 사람들 속에서

죽고 사는 저 캄캄한 싸움들

제 살을 제가 째는 자해의 고통, 비에 젖은 꽃잎들

치맛단을 살짝 들어올리는 바람도 보이네

오! 비, 손을 놓는 비, 푸른 비,

휘늘어진 푸른 버드나무 줄기들을 헤치고 웃는 간지러운

푸른 얼굴들, 때로 튀어오르는 봄비여!

꽃 아래 어여쁜 여인이 있어

천가지 목소리로 생황을 부네

시인의 술상 위에 귤 한쌍이 보기도 좋아라

언덕 위 버들가지 사이로 어지러이 오가는 저 꾀꼬리

보슬비 자욱이 끌어다가 봄 강에 비단을 짜네 *

작은 웅덩이, 빗방울들이 파문을 일으키며 그대를 향해 자금자금 걸어가네

하얀 맨발의 저 여인

내 몸과 생각의 생살을 트는

이 아름다운 봄날

같은 이불을 들추고 들어가 실버들가지로 나란히 눕고 싶은

색의(色衣), 봄비 *

 

* 김홍도 [마상청앵도]에 있는 시 인용

 

* 김용택시집[수양버들]-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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