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거위 - 정호승

효림♡ 2009. 7. 22. 07:51

* 거위 정호승

 

개나리 핀 국도에 차들이 달린다

할머니 한 분이 아까부터 허리를 구부리고

길을 건너지 못하고 서 있다

그때

할머니 뒤에 서서 개나리를 쳐다보고 있던 흰 거위 떼들이

뒤뚱뒤뚱 떼 지어 길을 건넌다

순간

있는 힘을 다해 달려오던 차들이 놀라 멈춰 선다

버스가 멈춰 서고

짐을 가득 실은 트럭이 멈춰 선다

거위들은 경적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할머니가 거위 뒤를 따라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길을 건넌다 *

 

* 정호승시집[포옹]-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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