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매미 - 유응교

효림♡ 2009. 7. 30. 08:29

* 매미 - 유응교

 

사람들은
매미가 운다고 한다
그러나
결코 우는 게 아니다

 

오직 사랑을 위하여
생명이 다 할 때까지
노래할 뿐이다

 

7년 동안 기다려온
그 사랑을 위하여
울어야할 이유는 없다

 

아름답게
치열하게 노래할 뿐

 

그대라면
저토록
처절하게 울겠는가?

 

아니
하나의 사랑을 위하여
생을 다하여
노래 할 수 있겠는가?

 

* 유응교시집[그리운 것이 아름답다]-신아출판사

 

* 매미 - 복효근

 

울음 수직으로 가파르다

수컷이라고 한다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울음뿐이었을 때

그것도 한 재산이겠다

 

배 속이 투명하게 드러나 보이는 적빈으로

늘 난간에 매달려

기도 외엔 속수무책인 삶을

그대에게 갈 수 있는 길이

울음밖에 없었다면 믿겠나

 

7년 땅속 벌레의 전생을 견디어

단 한 번 사랑을 죽음으로 치러야 하는

저 혼인비행이

처절해서 황홀하다

 

울고 갔다는 것이 유일한 진실이기라도 하다면

그 슬픈 유전자를

다시 땅속 깊이 묻어야 하리

그 끝 또한 수직이어서 깨끗하다

 

복효근시집[따뜻한 외면]- 실천문학사 

 

* 매미 - 이정록  

 

여름 내내, 매미는

숲속 가득 전기면도기를 돌린다

철망 밖으로 칼을 내밀지 않고도

날을 돌려 푸른 수염을 깎는다

 

여름의 끝, 된서리가 몇 차례

땅의 살을 그은 뒤라야

면도를 마치고 나무에서 내려온다

 

그러나 벌써 겨울이다

살점의 마른 잎 위에

하늘은 다시 비누거품을 풀어놓는다

 

그 첩첩의 눈 속에는, 언제부터인가

흙에 코드를 꽂고 주름주름 충전을 하는 굼벵이들

봄을 향해 언 땅을 흔들고 있다 

 

* 이정록시집[버드나무 껍질에 세들고 싶다]-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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