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아내가 있는 집 - 김용택

효림♡ 2009. 9. 4. 21:24

* 아내가 있는 집 - 김용택  
강가에 보라색 붓꽃이 피어납니다

산그늘이 내린 강 길을 걸어 집에 갑니다

강물이 나를 따라오기도 하고 흐르는 강물을 내가 따라가기도 하고

강물과 나란히 걷기도 합니다

오래된 길에 나를 알아보는 잔 돌멩이들이 눈을 뜨고 박혀 있습니다
나는 푸른 어둠 속에 피어 있는 붓꽃을 꺾어듭니다

깊은 강물 같은 붓꽃, 내 입술에 가만히 닿아 나를 세상으로 불러내던 첫 입술같이 서늘한 꽃, 붓꽃

찔레꽃 꽃덤불도 저만큼 하얗게 피었습니다
 
물 묻은 손을 치마에 닦으며 그대는 꽃같이 웃으며 붓꽃을 받아듭니다
나, 그리고 당신

 

* 집 
  강가에 보라색 붓꽃이 피었습니다 산그늘이 내린 강길을 걸어

집으로 갑니다 길에는 눈에 익은 잔돌멩이들이 박혀 있습니다

나는 푸른 어둠 속에 피어 있는 붓꽃을 꺾습니다 아! 서늘한 이 꽃,

그대 이마 같은 이 꽃, 나를 바라보던 그대 눈 속 같은 이 꽃, 내

입술에 닿던 그대 첫 입술 같은 이 꽃, 찔레꽃 꽃덤불도 저만

하얗게 피었습니다

  물 묻은 손을 치마에 닦으며 그대는 꽃같이 웃으며 꽃을 받아

듭니다 *

 

 

* 어쩐다지요  

오직 한 가지

당신 생각으로

나는

날이 새고

날이 저뭅니다

새는 날을 못 막고

지는 해를 못 잡듯이

당신에게로

무작정 달려만 가는

이내 마음 어쩌지요

어쩐다지요

나도 말리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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