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가 있는 집 - 김용택
강가에 보라색 붓꽃이 피어납니다
산그늘이 내린 강 길을 걸어 집에 갑니다
강물이 나를 따라오기도 하고 흐르는 강물을 내가 따라가기도 하고
강물과 나란히 걷기도 합니다
오래된 길에 나를 알아보는 잔 돌멩이들이 눈을 뜨고 박혀 있습니다
나는 푸른 어둠 속에 피어 있는 붓꽃을 꺾어듭니다
깊은 강물 같은 붓꽃, 내 입술에 가만히 닿아 나를 세상으로 불러내던 첫 입술같이 서늘한 꽃, 붓꽃
찔레꽃 꽃덤불도 저만큼 하얗게 피었습니다
물 묻은 손을 치마에 닦으며 그대는 꽃같이 웃으며 붓꽃을 받아듭니다
나, 그리고 당신
* 집
강가에 보라색 붓꽃이 피었습니다 산그늘이 내린 강길을 걸어
강가에 보라색 붓꽃이 피었습니다 산그늘이 내린 강길을 걸어
집으로 갑니다 길에는 눈에 익은 잔돌멩
이들이 박혀 있습니다나는 푸른 어둠 속에 피어 있는 붓꽃을 꺾습니다 아! 서늘한 이 꽃,
그대 이마 같은 이 꽃, 나를 바라보던 그대 눈 속 같은 이 꽃, 내
입술에 닿던 그대 첫 입술 같은 이 꽃, 찔레꽃 꽃덤불도 저만큼
하얗게 피었습니다
물 묻은 손을 치마에 닦으며 그대는 꽃같이 웃으며 꽃을 받아
듭니다 *
* 어쩐다지요
오직 한 가지
당신 생각으로
나는
날이 새고
날이 저뭅니다
새는 날을 못 막고
지는 해를 못 잡듯이
당신에게로
무작정 달려만 가는
이내 마음 어쩌지요
어쩐다지요
나도 말리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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