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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꽃 - 김종섭

효림♡ 2009. 9. 30. 08:08

 

*  달맞이꽃 - 김종섭

       

풀잎이 찬 바람에 누워
별들을 세고 있는 강둑에서
꽃처럼 기운 달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슴에 한 점 온기도 없이
이슬에 젖은 꽃잎을 떨굴 때
언덕은 조용히 일어나
마른 대궁이를 꼿꼿이 세우고
감기저린 바람을 막아내고 있었다

비틀대던 욕망은
강둑에 떨어져 잘려나면서
손을 저었다, 너를 향하여

그림자 지운 적막한 언덕에선
시든 달맞이꽃 그날을 웃고 섰는데
어쩌란가, 정말 어쩌란가
꺼지지 않는 불씨 하나
끝나지 않은 사랑의 연습을

강물이 열리고
잠든 평원에 강물이 열리고
憂愁 같은 첫눈이 녹아지면서
또 내리고 있는데
달맞이꽃, 그날 우리는
다시 역류의 언덕에서 바라보겠네
잃어버린 세월 마디를 풀며
조용히 이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