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백제의 미소 - 김지헌

효림♡ 2010. 8. 11. 08:31

* 백제의 미소 - 김지헌

가야산 수정봉 처마 바위에
천년을 갇혀 살고 있는 마애 삼존불
인간세상 희로애락 모두 외면하고
그렇게 웃고만 계시다가

제화보살
억겁의 돌을 깨고 인간세상 나와서
서산 저잣거리 중생들 만나보니
미타세계 다른게 아니었구나
산벚꽃 분분하던 어느 봄 날
곰곰 생각에 잠긴 미륵보살님은
천지간에 꽃시절 잠깐인데
산문 환히 열어놓고
구름 탁발
바람 탁발


먼 서역에서 걸어 와
돌 속 고행으로 화엄세계 이룬 이여
미륵보살 제화보살 양 옆에 거느리고
중생제도 뜻하심 인가

산동땅 오가던 백제인 고된 뱃길
만리 밖 밝히도록
천 년을 둥글고 환하게 웃고 계시는
석가여래님

빼어난 명품 하나 주고 간
백제인의 지문이었던가 *
 

*오탁번저 [국보사랑시집]-홍영사


* 산에 가거든

산에 가거든
그 안에 푹 젖어 보아라
가만히 귀를 대고
산의 맥박이 뛰는 소리를 들어 보아라.
세상의 모든 언약이 서서히
깨어지고 있는 소리를

 

산에 가거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풀바람이 되어 보아라
고만고만한 인연들이 모여
제각기 만들고 있는 이야기를
들어보아라

 

산에 가거든
그 경사진 산맥의  늙은 생애를
울음소리를 들어 보아라
주인없는 무덤가에 피어난
탄식같은 햇살 한 움큼
소리 죽여 울고 있는 소리를
들어 보아라 

 

* 인연

눈 비벼 크게 떠 보아도

보이지 않는

질긴 끈 하나

 

너는 나의

태초의 바람

 

산맥을 가르고

바다를 가로 질러 내게로 왔구나 *

 

* 복수초

백색의 게릴라가 온 산을 점령하고
툰드라의 바람은 아직 경보를 풀지 않았는데
지층 깊은 곳의 뜨거운 마그마
그 열정을 삭여.....

선 문답하듯
어느새 대지를 찢고 올라오는
샛노란 꽃 대궁 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