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여전히 나로 남아야 함은 - 김기만
끝없는 기다림을 가지고도
견뎌야만 하는 것은
서글픈 그리움을 가지고도
살아야만 하는 것은
소망 때문이요
소망을 위해서이다
그대 사랑하고부터
가진 게 없는 나 자신을
그토록 미워하며 보냈던 많은 날
가을 하늘에 날리는 낙엽처럼
내겐 참 많은 어둠이 있었지만
그래도
그래도
내가 여전히 나로 남아야 함은
아직도 널 사랑하기 때문이요
내가 널 잊어버릴 수 있는 계절을
아직 만나지 못한 까닭이요
그리고
뒤돌아 설 수 있는 뒷모습을
아직 준비하지 못한 까닭이다 *
*[당신이 그리운 건 내게서 조금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책만드는집
* 건조주의보 - 김기만
수요일이면 버릇처럼 비를 생각했다
긁힌 레코드판 위에 무심코 떨어진 바늘로
한자리를 맴돌다 어지러워 지치곤 했다
바람이 오는 곳이 궁금하지 않았다
땅을 뚫고 올라 온 민들레가 반가운 듯
도시의 반 토막짜리 하늘이
아지랑이에 지글거리며 오랜만에 웃었다
길 위에 서서 두리번거리는 아이가 되어
어느 봄날 환절기라 찢어진 입술 사이
나오려다 흐트러진 네 이름 같은 건조
네가
아니 비가 그리운 날 *
*김기만시집 [건조주의보]-문학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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