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고(孤高) - 김종길
다시 그 높이를 회복하려면
다음 겨울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밤 사이 내린 눈
그것도 백운대(白雲臺)나 인수봉(仁壽峰) 같은
높은 봉우리만이 옅은 화장(化粧)을 하듯
가볍게 눈을 쓰고
왼 산은 차가운 수묵(水墨)으로 젖어 있는
어느 겨울날 이른 아침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신록(新綠)이나 단풍(丹楓)
골짜기를 피어오르는 안개는
눈이래도 왼 산을 뒤덮는 적설(積雪)로는 드러나지 않는
심지어는 장밋(薔薇)빛 햇살이 와 닿기만 해도 변질(變質)하는
그 고고(孤高)한 높이를 회복하려면
백운대(白雲臺)와 인수봉(仁壽峰)만이 가볍게 눈을 쓰는
어느 겨울날 이른 아침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
* 백운대(白雲臺)를 우러러 - 김종길
이백의 금릉 봉황대에는
봉황이 놀다 갔지만,
우리의 북한산 백운대에는
흰 구름이 놀다간 가고
갔다간 또 돌아와 논다.
우람한 인수봉을 짝하여
서울의 동북을 지키는 수문장,
거기 몇 억년을 버티어 서 있었는가.
흰 화강암 살결이라 더욱 잘 어울리는
무시로 머물다 가곤 또 돌아오는
흰 구름 두세 송이.
지금 너의 이마를
장밋빛으로 물들이며 비쳐오는
새천년 첫 아침 햇살!
천 년도 네겐 한나절에 불과한가,
우리는 너를 우러러 영원을 본다.
흰구름 한가로이 오가는
새천년 첫 아침에,
영원을 본다.
* 김종길시집[해거름 이삭줍기]-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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