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산책 - 김완수

효림♡ 2011. 2. 1. 09:34

 

* 산책 - 김완수

 

마른 나뭇잎이 떨어진 길에서

추위에 떨며 그을린 나무들이 서성이고

그 나무들이 떨어뜨린 나뭇잎의 길을 따라가면

나무들이 마음 주고픈 옹달샘에 닿을 수 있나

 

오래된 돌담의 이끼들이 돌들의 말로 자라

무심코 지나는 누구에게든 등을 돌려세워

오래된 일과 오래되지 않은 일을 말할 수 있다면 

돌들이 마음 주고픈 시냇가에 닿을 수 있나

 

혀 짧은 새의 지저귐을 음악으로 연주하여

우리가 악기의 목젖을 툭 건들어 보았을 때

새의 지저귐이 쏟아져 나와 빈 나무 가지마다 매달린다면

새들이 마음 주고픈 하늘에 닿을 수 있나

 

우리들 마른 마음에 불을 지펴 마음마다 큰 화로가 되어

별밤에 알밤을  모아 차가운 손금을 데우는 마음으로

한량없는 바다처럼 한 몸이 되어 넘실댄다면

우리가 마음 주고픈 마음에 닿을 수 있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