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새들의 페루 - 신용목

효림♡ 2011. 4. 23. 16:08

* 새들의 페루 - 신용목

 

새의 둥지에는 지붕이 없다

죽지에 부리를 묻고

폭우를 받아내는 고독, 젖었다 마르는 깃털의 고요가 날개를 키웠으리라 그리고


순간은 운명을 입고 온다

도심 복판,

느닷없이 솟구쳐오르는 검은 봉지들

꽉 물고 놓지 않는

바람의 위턱과 아래턱,

풍치의 자국으로 박힌


공중의 검은 과녁, 중심은 어디에나 열려 있다


둥지를 휘감아도는 회오리

고독이 뿔처럼 여물었으니


하늘을 향한 단 한 번의 일격을 노리는 것

새들이 급소를 찾아 빙빙 돈다


환환 공중의, 캄캄한 숨통을 보여다오! 바람의 어금니를 지나

그곳을 가격할 수 있다면


일생을 사지 잘린 뿔처럼

나아가는 데 바쳐도 좋아라,

그러니 죽음이여

운명을 방생하라


하늘에 등을 대고 잠드는 짐승, 고독은 하늘이 무덤이다, 느닷없는 검은 봉지가 공중에 묘혈을 파듯

그곳에 가기 위하여


새는 지붕을 이지 않는다 *

 

* [시가 내게로 왔다 3]-마음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