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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관세음(石窟巖觀世音)의 노래 - 서정주

효림♡ 2011. 5. 10. 16:42

* 석굴암관세음(石窟巖觀世音)의 노래 - 서정주 
그리움으로 여기 섰노라
호수와 같은 그리움으로 


이 싸늘한 돌과 돌 사이
얼크러지는 칡넝쿨 밑에
푸른 숨결은 내 것이로다 

세월이 아주 나를 못 쓰는 티끌로서
허공에, 허공에, 돌리기까지는
부풀어오르는 가슴속에 파도와
이 사랑은 내 것이로다  

오고 가는 바람 속에 지새는 나달이여
땅속에 파묻힌 찬란한 서라벌 
땅속에 파묻힌 꽃 같은 남녀들이여 

오ㅡ생겨났으면, 생겨났으면  
나보다도 더 나를 사랑하는 이
천년을, 천년을, 사랑하는 이
새로 햇볕에 생겨났으면
새로 햇볕에 생겨나와서
어둠 속에 날 가게 했으면 

사랑한다고.....사랑한다고....
이 한 마디 말 님께 아뢰고, 나도  
이제는 바다에 돌아갔으면!

허나 나는 여기 섰노라 
앉아 계시는 석가(釋迦)의 곁에
허리에 쬐그만 향낭(香囊)을 차고

이 싸늘한 바윗속에서
날이 날마다 들이쉬고 내쉬이는
푸른 숨결은
아, 아직은 내 것이로다 *

* 미당서정주(한국대표시인101인선집]-문학과사상사


* 석굴암대불 - 유치환  

목놓아 터트리고 싶은 통곡을 견디고

내 여기 한 개 돌로 눈감고 앉았노니

천년을 차가운 살결 아래 더욱

아련한 핏줄, 흐르는 숨결을 보라

 

목숨이란! 목숨이란ㅡ

억만년을 원(願) 두어도

다시도 못 갖는 것이기에

이대로는 못 버릴 것이기에

 

먼 솔바람

부풀으는 동해 연잎

소요로운 까막까치의 우짖음과

뜻없이 지내는 흰 달도 이마에 느끼노니

 

뉘가 알랴!

하마도 터지려는 통곡을 못내 견디고

내 여기 한개 돌로

적적(寂寂)히 눈감고 가부좌 하였노니 *

 

* 관세음상(觀世音像)에게 - 박희진  
1
석련(石蓮)이라
시들 수도 없는 꽃잎을 밟으시고
환히 이승의 시간을 초월하신 당신이옵기
아, 이렇게 가까우면서
아슬히 먼 자리에 계심이여

어느 바다 물결이
다만 당신의 발밑에라도 찰락하겠나이까
또 어느 바람결이
그 가비연 당신의 옷자락을 스치이겠나이까

자브름하게 감으신 눈을
이젠 뜨실 수도 벙으러질 듯
오므린 입가의 가는 웃음결도
이젠 영 사라질 수 없으리니
그것이 그대로 한 영원(永遠)인 까닭이로라

해의 마음과
꽃의 훈향을 지니셨고녀
항시 틔어오는 영혼의 거울 속에
뭇 성신의 운행을 들으시며 그윽한 당신
아 꿈처럼 흐르는 구슬줄을
사붓이 드옵신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으시고.....

2
당신 앞에서 말을 잃습니다
미(美)란 사람을 절망케 하는 것
이제 마음놓고 죽어가는 사람처럼
절로 쉬어지는 한숨이 있을 따름입니다

관세음보살(觀世音普薩)
당신의 모습을 저만치 보노라면
어느 명공의 솜씨인고 하는 건 통
떠오르지 않습니다

다만 어리석게 허나 간절히 바라게 되는 것은
저도 그처럼 당신을 기리는 단 한 편의
완미(完美)한 시를 쓰고 싶은 것입니다. 구구절절이
당신의 지극히 높으신 덕과 고요와 평화와
미(美)가 어리어서 한 궁필의 무게를 지니도록
그리하여 저의 하찮은 이름 석 자를 붙이기엔
너무도 아득하게 영묘한 시를 *

 

* 십일면관음보살(十一面觀音菩薩) - 박종화 
1
천년(千年) 대불(大佛)을
성처녀(聖處女)로 모시우다 
호로(胡蘆) 한병으로
동해(東海) 물을 불리시다 
웃는 듯 자브름하신가 하면
조는 듯이 웃으셨네
담은 듯 열으신 듯 어여쁜 입술
귀 귀울여 들으면
향기로운 말씀
도란 도란 구으는 듯하구나 
2
원광보관(圓光寶冠)이 모두 다 거룩하다 
부드러운 두 볼
날씬한 두 어깨
춘산아미(春山峨眉)가 의젓이 열리셨네
결곡하게 드리우신 코
어여쁘다 방울조차 없구나 
3
고운지고 보살의 손
돌이면서 백어(白魚)같다
신라(新羅) 옛미인(美人)이
저렇듯이 거룩하오?
무릎 꿇어 우러러 만지면
훈향(薰香)내 높은 나렷한 살 기운
당장 곧 따스할듯 하구나 

 

* 십일면관음(十一面觀音) - 석굴암(石窟庵) - 김상옥 
오줏이 연좌(蓮坐)우에 발돋움하고 서서
속눈섶 조으는듯 동해를 굽어 보고
그 무슨 연유(緣由) 깊은 일 하마 말씀 하실까

몸짓만 사리어도 흔들리는 구슬소리
옷자락 겹친 속에 살ㅅ결이 꾀비치고
도도록 내민 젖가슴 숨도 고이 쉬도다

 

* 석굴암(石窟巖) - 이병기

한 고개 또 한 고개 고개를 헤어 오다
토함산 넘어 서서 동해바다 바라보고
저믄날 돌아갈 길이 바쁜 줄을 모르네

 

보고 보고지어 이곳에 석굴암(石窟庵)이
험궂은 고개 넘어 굽이 굽이 도는 길을
잦은숨 잰걸음 치며 오고 오고 하누나

 

* 연모 -석굴암 대불에게 - 김종길 

천년이 흘렀다. 천년이 흐른 다음에 내가 여기 섰다. 천년이 또 몇 천년이 흐르리라. 동방은 그날도 푸른

하늘이었느니라. 당신은 동방의 푸른 하늘과 함께 영원하리라 

 

당신에겐 천년도 한갓 꿈결인가? 아 변함없는 당신의 미소! 미소짓는 당신의 얼굴 언저리에서 유암이

소리없이 엷어진다. 당신은 소리없이 유암을 호흡한다 

 

원광은 뒷벽에 돌이 되어 빛나기를 삼간다. 원광은 당신을 내게서 너무 멀리 있게 한다. 당신은 원광이

필요치 않다 

 

또렷한 눈자위와 입언저리가 무한히 젊어 보인다. 아 당신은 영원한 처녀! 나는 불현듯 연모를 느낀다 

 

연모! 당신에게 내가 감히 연모를 느껴도 좋으랴? 당신의 미간의 그 잃어버린 구슬의 자취쯤 내 연모의

흰 화살이 날아앉아도 좋으랴?

 

* 석굴암 - 김문억

여기 진작부터 온전한 한 사람이

동해 깊은 물에서 햇덩이를 건져 올려

어둡고 추운 세상을 불 밝히고 있었다

 

생각에 생각을 풀고 가부좌도 풀고 일어서서

당기면 스르르르 흘러내릴 것만 같은

가사를 사뿐 끌고서 내려올 듯도 하련만

 

우람한 듯 고운 결을 타고 흐르는 북소리에

웃으랴 아니 웃고 눈 뜨랴 눈 감으시니

아직도 더 무슨 뜻을 깨우치고 있나 보다

 

* 관음상(觀音像) - 춘원 이광수

관음상 이루지다  대자대비 하신 모습
글로나 붓으로나 옮길 수 있지만
아ㅡ 그리운 마음에 흙을 빚어 봅니다


시방 어느곳에 아니 나투심 없으시니
이 깨끗이 못한 몸 어찌 차마버리시랴
님이여 현신하소서 그 얼굴을 보이소서


설흔 두가지 몸 마음대로 나투시니
하얀옷 하얀치마 고옵게 차리시고
중생의 어머니 되시와 오래 여기 머무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