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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비(綠肥) - 정일근

효림♡ 2013. 6. 13. 11:16

 

* 녹비(綠肥) - 정일근

 

자운영은 꽃이 만발했을 때 갈아엎는다 

 

붉은 꽃이며 푸른 잎 싹쓸이하여 땅에 묻는다 

 

저걸 어쩌나 저걸 어쩌나 당신이 탄식할지라도 

 

그건 농부의 야만이 아니라 꽃의 자비다 

 

꽃 피워서 꿀벌에게 모두 공양 하고 

 

가장 아름다운 시간에 자운영은 땅에 묻혀 

 

땅의 향기롭고 부드러운 연인이 된다 

 

그래서 자운영을 녹비라고 부른다는 것 

 

나는 은현리 농부에게서 배웠다, 녹비 

 

나는 아름다운 말 하나를 꽃에게서 배웠다 

 

그 땅 위에 지금 푸른 벼가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