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를 씻다 ―山詩 2 - 이성선
산이 지나가다가 잠깐
물가에 앉아 귀를 씻는다
그 아래 엎드려 물을 마시니
입에서 산(山)향기가 난다 *
산이 지나가다가 잠깐
물가에 앉아 귀를 씻는다
그 아래 엎드려 물을 마시니
입에서 산(山)향기가 난다 *
* 고향의 천정(天井) - 이성선
밭둑에서 나는 바람과 놀고
할머니는 메밀밭에서
메밀을 꺾고 계셨습니다.
늦여름의 하늘빛이 메밀꽃 위에 빛나고
메밀꽃 사이사이로 할머니는 가끔
나와 바람의 장난을 살피시었습니다.
해마다 밭둑에서 자라고
아주 커서도 덜 자란 나는
늘 그러했습니다만
할머니는 저승으로 가 버리시고
나도 벌써 몇 년인가
그 일은 까맣게 잊어버린 후
오늘 저녁 멍석을 펴고
마당에 누우니
온 하늘 가득
별로 피어 있는 어릴 적 메밀꽃
할머니는 나를 두고 메밀밭만 저승까지 가져가시어
날마다 저녁이면 메밀밭을 매시며
메밀밭 사이사이로 나를 살피고 계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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