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가을에 - 서정주

효림♡ 2014. 8. 25. 08:30

* 가을에 - 서정주

 

오게.

아직도 오히려 사랑할 줄을 아는 이.

쫓겨나는 마당귀마다, 푸르고도 여린

門들이 열릴 때는 지금일세.

 

오게.

低俗에 抗拒하기에 여울지는 자네

그 소슬한 시름의주름살들 그대로 데리고

 

기러기 앞서서 떠나가야 할

설게도 빛나는 외로운 雁行 ㅡ이마와 가슴으로 걸어야 하는

가을 雁行이 비롯해야 할 때는 지금일세.

 

작년에 피었던 우리 마지막 꽃 ㅡ菊花꽃이 있던 자리, 

올해 또 새 것이 자넬 달래 일어나려고

寒露는 霜降으로 우릴 내리 모네.

 

오게.

지금은 가다듬어진 구름.

헤메고 뒹굴다가 가다듬어진 구름은

이제는 貴妃의 피비린내 나는 사연으로는 우릴 가로막지 않고,

 

휘영청한 開闢은 또 한번 뒷門으로부터

우릴 다지려

아침마다 그 서리 묻은 얼굴들을 추켜들 때일세.

 

오게,

아직도 오히려 사랑할 줄을 아는 이.

쫓겨나는 마당귀마다, 푸르고도 여린

門들이 열릴 때는 지금일세. *

 

* 서정주자선시집[안 끝나는 노래]-정음사,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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