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보석밭 - 성찬경

효림♡ 2014. 8. 27. 15:57

* 보석밭 - 성찬경

가만히 응시하니
모든 돌이 보석이었다.
모래알도 모두가 보석이었다.
반쯤 투명한 것도
불투명한 것도 있었지만
빛깔도 미묘했고
그 형태도 하나하나가 완벽이었다.
모두가 이름이 붙어 있지 않은
보석들이었다.
이러한 보석이
발아래 무수히 깔려 있는 광경은
그야말로 하늘의 성좌를 축소해 놓은 듯
일대 장관이었다.
또 가만히 응시하니
그 무수한 보석들은
서로 빛으로
사방팔방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 빛은 생명의 빛이었다.
이러한 돌밭을

나는 걷고 있었다.
그것은 기적의 밭이었다.
홀연 보석밭으로 변한 돌밭을 걸으면서
원래 이것이 보석밭인데
우리가 돌밭으로 볼 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있는 것 모두가 빛을 발하는
영원한 생명의 밭이
우리가 걷고 있는 곳이다. *

 

* 바스락 바스락 작업을 한다 - 성찬경

 

제일 좋은 때는 아직 오지 않았다.

- 로버트 브라우닝

 

 

주문인지 신음인지 알 수 없는 소리를 흥얼거리며

바스락 바스락 작업을 한다.

단박에 걸작이 나오나.

바스락 바스락 작업을 한다.

 

밥 먹다가도

글자 몇 자 끄적끄적 끄적이기도 하고

잠자다가도 생각만 나면

신문지를 가위질하여 스크랩 북을 채워나간다.

 

바스락 바스락 작업하는 재미는

내가 지금까지 발견해 온 재미 중에서

단연 으뜸가는 재미다.

 

80대를 내 인생 최고의 황금기가 되게 하는

마지막 남은 나의 전략이 이것이다.

바스락 바스락 작업을 한다. *

* 성찬경 소네트 시집[바스락 바스락 작업을 한다]-고요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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