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에 - 서정주
오게.
아직도 오히려 사랑할 줄을 아는 이.
쫓겨나는 마당귀마다, 푸르고도 여린
門들이 열릴 때는 지금일세.
오게.
低俗에 抗拒하기에 여울지는 자네
그 소슬한 시름의주름살들 그대로 데리고
기러기 앞서서 떠나가야 할
설게도 빛나는 외로운 雁行 ㅡ이마와 가슴으로 걸어야 하는
가을 雁行이 비롯해야 할 때는 지금일세.
작년에 피었던 우리 마지막 꽃 ㅡ菊花꽃이 있던 자리,
올해 또 새 것이 자넬 달래 일어나려고
寒露는 霜降으로 우릴 내리 모네.
오게.
지금은 가다듬어진 구름.
헤메고 뒹굴다가 가다듬어진 구름은
이제는 貴妃의 피비린내 나는 사연으로는 우릴 가로막지 않고,
휘영청한 開闢은 또 한번 뒷門으로부터
우릴 다지려
아침마다 그 서리 묻은 얼굴들을 추켜들 때일세.
오게,
아직도 오히려 사랑할 줄을 아는 이.
쫓겨나는 마당귀마다, 푸르고도 여린
門들이 열릴 때는 지금일세. *
* 서정주자선시집[안 끝나는 노래]-정음사,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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