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영국사에는 범종(梵鍾)이 없다 - 양문규

효림♡ 2014. 9. 24. 19:30

* 영국사에는 범종(梵鍾)이 없다 - 양문규

  

 영국사에는 범종이 없다

 

 산과 산 사이로 낮게 구름이 흘러가고

 바람 속을 종소리 대신

 소똥 묻은 새가 울고 간다

 

 스님은 심장을 드러내고 계곡물 소리를 듣는다

 서로 가는 것을 묻지 않고,

 길이 끝나는 곳으로부터

 소리들이 되돌아와 발 디디는 곳마다

 종을 울린다

 

 물은 흘러가는 것을 묻지 않고 계속 흐른다

 

 마음속의 관음(觀音)

 종소리 아닌 종이 운다

 

 절 밖

 아름드리 은행나무,

 큰 울음

 나뭇등걸 속에 내장한 채

 하늘을 떠받들고 서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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