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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강에 나가 - 박남준

효림♡ 2017. 11. 23. 09:00

* 날마다 강에 나가 - 박남준

흐르는 것은 눈물뿐인데

바람만 바람만 부는 날마다 강에 나가

저 강 건너오실까

내가 병 깊어 누운 강가

눈발처럼 억새꽃들 서둘러 흩어지고

당신이 건너와야 비로소 풀려 흐를 사랑

물결로도 그 무엇으로도

들려 오지 않는데 *

 

* 별이 지는 날

어디 마음 둘 곳 없습니다

그가 떠나서만이 아니고요

산다는 것이 서러웠습니다

빨래를 널듯 내 그리움을 펼쳐

겨울 나뭇가지에 드리웠습니다

이제 해 지면

깃발처럼 나부끼던 안타까움도

어둠에 묻혀 보이지 않을까요

어디 마음 둘 곳 없습니다

별이 뜨고 별 하나 지는 밤

언제인가 오랜 내 기다림도

눈 감을 테지요 *

 

* 그 숲에 새를 묻지 못한 사람이 있다

나 오래 침엽의 숲에 있었다.

 

건드리기만 해도 감각을 곤두세운 숲의 긴장이 비명을 지르며 전해오고는 했지. 욕망이 다한 폐허를 택해 숲의 입구에 무릎 꿇고 엎드렸던 시절을 생각한다. 한때 나의 유년을 비상했던 새는 아직 멀리 묻어둘 수 없어서 가슴 어디께의 빈 무덤으로 잊지 않았는데

 

숲을 헤매는 동안 지상의 슬픈 언어들과 함께 잔인한 비밀은 늘어만 갔지. 우울한 시간이 일상을 차지했고 빛으로 나아갔던 옛날을 스스로 가두었으므로 이끼들은 숨어 살아가는 것이라 여겼다. 새를 묻지 못한 사람이 포자의 눈물 같은 습막을 두르고 숲의 어둠을 떠다니고 있다. *

“어 그래 너구나 참 추웠지 오래 기다렸겠구나/ 그렇지 않아도 요새 자주 이 근처를 들여다보고는 했는데/ 반가워 정말 반갑고 고마워/ 나를 위로해주려고 왔구나// 봄비 그친 다음 날/ 황금빛 노란 햇살, 얼음새꽃, 눈새기꽃/ 복수초가 피었다/ 우와~ 우다다다다당 봄이다. 봄!”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808204.html#csidxbf8e24fe98dfad686d9064c91c5f0a9
어 그래 너구나 참 추웠지 오래 기다렸겠구나/ 그렇지 않아도 요새 자주 이 근처를 들여다보고는 했는데/ 반가워 정말 반갑고 고마워/ 나를 위로해주려고 왔구나// 봄비 그친 다음 날/ 황금빛 노란 햇살, 얼음새꽃, 눈새기꽃/ 복수초가 피었다/ 우와~ 우다다다다당 봄이다.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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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808204.html#csidx76f8416f3163d9d8035b72c62c755e1
어 그래 너구나 참 추웠지 오래 기다렸겠구나/ 그렇지 않아도 요새 자주 이 근처를 들여다보고는 했는데/ 반가워 정말 반갑고 고마워/ 나를 위로해주려고 왔구나// 봄비 그친 다음 날/ 황금빛 노란 햇살, 얼음새꽃, 눈새기꽃/ 복수초가 피었다/ 우와~ 우다다다다당 봄이다.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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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래 너구나 참 추웠지 오래 기다렸겠구나/ 그렇지 않아도 요새 자주 이 근처를 들여다보고는 했는데/ 반가워 정말 반갑고 고마워/ 나를 위로해주려고 왔구나// 봄비 그친 다음 날/ 황금빛 노란 햇살, 얼음새꽃, 눈새기꽃/ 복수초가 피었다/ 우와~ 우다다다다당 봄이다. 봄!” 

“자주 만날 수는 없으므로/ 이것은 선물이다/ 먼 산으로 흰 눈을 펼쳤고/ 가까운 들에는 초록빛 새움을 틔우거나 꽃 피운// 이런 눈부신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 살아 있기 때문이겠지/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 살아 있다는 것은/ 고맙고 고맙습니다/ 절로 손이 모이고 고개가 숙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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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808204.html#csidx335437043c4e07691d15cd264e1205a

*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

툇마루에 앉아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바라본다 마당 한쪽 햇살이 뒤척이는 곳 저것 내가 무심히 버린 놋숟가락 목이 부러진

화순 산골 홀로 밭을 매다 다음 날 기척도 없이 세상을 떠난 어느 할머니 마루 위엔 고추며 채소 산나물을 팔아 마련한 돈 백만 원이 든 통장과 도장이 검정 고무줄에 묶여 매달려 있었다지

마을 사람들이 그 돈으로 관을 마련하고 뒷일을 다 마쳤을 때 그만 넣어왔다 피붙이도 없던 놋숟가락 언젠가 이가 빠져 솥바닥을 긁다가 목이 부러져 내 눈밖에 뒹굴던 것

 

버려진 것이 흔들리며 옛일을 되돌린다 머지않은 내일을 밀어 올린다 가만히 내 저금통장을 떠올린다 저녁이다 문을 닫고 눕는다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 *

어 그래 너구나 참 추웠지 오래 기다렸겠구나/ 그렇지 않아도 요새 자주 이 근처를 들여다보고는 했는데/ 반가워 정말 반갑고 고마워/ 나를 위로해주려고 왔구나// 봄비 그친 다음 날/ 황금빛 노란 햇살, 얼음새꽃, 눈새기꽃/ 복수초가 피었다/ 우와~ 우다다다다당 봄이다.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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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808204.html#csidx971393b991ef80588b3df260f4836e5

 

* 박남준시선집 - 펄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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