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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안개 - 김소월

효림♡ 2018. 1. 8. 09:00

* 비단 안개 - 김소월

 

눈들이 비단 안개에 둘리울 때,

그때는 차마 잊지 못할 때러라.

만나서 울던 때도 그런 날이요,

그리워 미친 날도 그런 때러라.

 

눈들이 비단 안개에 둘리울 때,

그때는 홀목숨은 못살 때러라.

눈 풀리는 가지에 당치마 귀로

젊은 계집 목매고 달릴 때러라.

 

눈들이 비단 안개에 둘리울 때,

그때는 종달새 솟을 때러라.

들에랴, 바다에랴, 하늘에서랴,

지 못할 무엇에 취할 때러라.

 

눈들이 비단 안개에 둘리울 때,

그때는 차마 잊지 못할 때러라.

첫사랑 있던 때도 그런 날이요,

영이별 있던 날도 그런 때러라. *

 

* 김소월시집[진달래꽃]-미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