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심장 - 마종기 * 봄날의 심장 - 마종기 어느 해였지? 갑자기 여러 개의 봄이 한꺼번에 찾아와 정신 나간 나무들 어쩔 줄 몰라 기절하고 평생 숨겨온 비밀까지 모조리 털어내어 개나리, 진달래, 벚꽃, 목련과 라일락, 서둘러 피어나는 소리에 동네가 들썩이고 지나가던 바람까지 돌아보며 웃던 날. 그런 계.. 좋아하는 詩 2017.05.02
폭설 시 모음 * 폭설 - 도종환 폭설이 내렸어요 이십 년만에 내리는 큰눈이라 했어요 그 겨울 나는 다시 사랑에 대해서 생각했지요 때묻은 내 마음의 돌담과 바람뿐인 삶의 빈 벌판 쓸쓸한 가지를 분지를 듯 눈은 쌓였어요 길을 내러 나갔지요 누군가 이 길을 걸어오기라도 할 것처럼 내게 오는 길을 쓸.. 시인 詩 모음 2012.12.29
마종기 시 모음 2 * 전화 - 마종기 당신이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전화를 겁니다. 신호가 가는 소리. 당신 방의 책장을 지금 잘게 흔들고 있을 전화 종소리. 수화기를 오래 귀에 대고 맑은 전화 소리가 당신 방을 완전히 채울때까지 기다립니다. 그래서 당신이 외출에서 돌아와 문을 열 때, 내가 이 구.. 시인 詩 모음 2012.02.15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 마종기 *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 마종기 1. 옥저의 삼베 중학교 국사시간에 동해변 함경도 땅, 옥저라는 작은 나라를 배운 적이 있습니다. 그날 발 꿈에 나는 옛날 옥저 사람들 사이에 끼여 조랑말을 타고 좁은 산길을 정처 없이 가고 있었습니다. 조랑말 뒷등에는 삼베를 조금 말아 걸고 .. 좋아하는 詩 2012.02.15
겨울 기도 - 마종기 * 겨울 기도 1 - 마종기 하느님, 추워하며 살게 하소서 이불이 얇은 자의 시린 마음을 잊지 않게 하시고 돌아갈 수 있는 몇 평의 방을 고마워하게 하소서 겨울에 살게 하소서 여름의 열기 후에 낙엽으로 날리는 한정 없는 미련을 잠 재우시고 쌓인 눈 속에 편히 잠들 수 있는 당신의 긴 뜻을.. 좋아하는 詩 2010.12.31
개심사 - 마종기 * 개심사(開心寺) - 마종기 구름 가까이에 선 골짜기 돌아 스님 한 분 안 보이는 절간 마당, 작은 불상 하나 마음 문 열어놓고 춥거든 내 몸 안에까지 들어오라네. 세상에서 제일 크고 넓은 색깔이 양지와 음지로 나뉘어 절을 보듬고 무거운 지붕 짊어진 허리 휜 기둥들, 비틀리고 찢.. 좋아하는 詩 2009.08.24
물빛 1 - 마종기 * 물빛 1 - 마종기 내가 죽어서 물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끔 쓸쓸해집니다. 산골짝 도랑물에 섞여 흘러내릴 때, 그 작은 물소리를 들으면서 누가 내 목소리를 알아들을까요. 냇물에 섞인 나는 물이 되었다고 해도 처음에는 깨끗하지 않겠지요. 흐르면서 또 흐르면서, 생전에 지.. 좋아하는 詩 2009.08.24
마종기 시 모음 * 별, 아직 끝나지 않은 기쁨 - 마종기 오랫동안 별을 싫어했다. 내가 멀리 떨어져 살고 있기 때문인지 너무나 멀리 있는 현실의 바깥에서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안쓰러움이 싫었다 외로워 보이는 게 싫었다 그러나 지난 여름 북부 산맥의 높은 한밤에 만난 별들은 밝고 크고 수려.. 시인 詩 모음 2009.07.29
산수유 - 마종기 * 산수유 - 마종기 나는 이제 고국에서는 바람으로만 남겠네 보이지는 않지만 만져지고 있는 것 같지만 가능고 긴 감촉 뿐 극치의 순간에만 숨쉬고 있는 그해의 뒤채에 내가 남긴 산수유 그 안에 빛바랜 바람만 남아 내 지는 생의 열매가 되었네 끝내 빈 몸 헤쳐버리고 바다를 건넜다고 알.. 좋아하는 詩 2009.03.24
바람의 말 - 마종기 * 바람의 말 -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하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 좋아하는 詩 2008.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