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이름은 천리향 - 손택수 * 아내의 이름은 천리향 - 손택수 세상에 천리향이 있다는 것은 세상 모든 곳에 천리나 먼 거리가 있다는 거지 한 지붕 한 이불 덮고 사는 아내와 나 사이에도 천리는 있어, 등을 돌리고 잠든 아내의 고단한 숨소리를 듣는 밤 방구석에 처박혀 핀 천리향아 네가 서러운 것은 진하디진한 향.. 좋아하는 詩 2015.04.30
가슴에 묻은 김치 국물 - 손택수 * 가슴에 묻은 김치 국물 - 손택수 점심으로 라면을 먹다 모처럼 만에 입은 흰 와이셔츠 가슴팍에 김치 국물이 묻었다 난처하게 그걸 잠시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평소에 소원하던 사람이 꾸벅, 인사를 하고 간다 김치 국물을 보느라 숙인 고개를 인사로 알았던 모양 살다 보면 김치 국물이 .. 좋아하는 詩 2014.06.28
나무의 수사학 1~6 - 손택수 * 나무의 수사학 1 - 손택수 꽃이 피었다, 도시가 나무에게 반어법을 가르친 것이다 이 도시의 이주민이 된 뒤부터 속마음을 곧이곧대로 드러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나도 곧 깨닫게 되었지만 살아 있자, 악착같이 들뜬 뿌리라도 내리자 속마음을 감추는 대신 비트는 법을 익히.. 좋아하는 詩 2011.03.23
손택수 시 모음 * 방심(放心) - 손택수 한낮 대청마루에 누워 앞뒤 문을 열어 놓고 있다가, 앞뒤 문으로 나락드락 불어오는 바람에 겨드랑 땀을 식히고 있다가, 스윽, 제비 한 마리가 집을 관통했다 그 하얀 아랫배 내 낯바닥에 닿을 듯 말 듯 한순간에 스쳐 지나가 버렸다 집이 잠시 어안이 벙벙 그야말로 .. 시인 詩 모음 2009.05.22
묵죽 - 손택수 * 墨竹 - 손택수 습자지처럼 얇게 쌓인 숫눈 위로 소쿠리 장수 할머니가 담양 오일장을 가면 할머니가 걸어간 길만 녹아 읍내 장터까지 긴 墨竹을 친다 아침해가 나자 질척이는 먹물이 눈 속으로 스며들어 짙은 농담을 이루고 눈 속에 잠들어 있던 댓이파리 발자국들도 무리지어 얇은 종.. 좋아하는 詩 2008.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