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 이문재 * 봄날 - 이문재 대학 본관 앞 부아앙 좌회전하던 철가방이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저런 오토바이가 넘어질 뻔했다. 청년은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막 벙글기 시작한 목련꽃을 찍는다. 아예 오토바이에서 내린다. 아래에서 찰칵 옆에서 찰칵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나 찰칵 찰칵 백목련 사진을 .. 좋아하는 詩 2015.03.26
지금 여기가 맨 앞 - 이문재 * 지금 여기가 맨 앞 - 이문재 나무는 끝이 시작이다. 언제나 끝에서 시작한다. 실뿌리에서 잔가지 우듬지 새순에서 꽃 열매에 이르기까지 나무는 전부 끝이 시작이다. 지금 여기가 맨 끝이다. 나무 땅 물 바람 햇빛도 저마다 모두 맨 끝이어서 맨 앞이다. 기억 그리움 고독 절망 눈물 분노.. 좋아하는 詩 2015.02.27
자작령 - 이문재 * 자작령 - 이문재 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을 크게 틀어놓고 오월 초순에서 치고 올라가는 것이다. 자작나무가 촘촘하대서 고개 이름이 자작령 자작령 영마루에 먼저 가 있으려는 것이다. 강 한 가운데를 따라 그어진 도계(道界)를 넘을 때 간밤 어금니 빠진 꿈을 잠들기 이전으로 던져버.. 좋아하는 詩 2015.02.27
우리 살던 옛집 지붕 - 이문재 * 우리 살던 옛집 지붕 - 이문재 마지막으로 내가 떠나오면서부터 그 집은 빈집이 되었지만 강이 그리울 때 바다가 보고 싶을 때마다 강이나 바다의 높이로 그 옛집 푸른 지붕은 역시 반짝여 주곤 했다 가령 내가 어떤 힘으로 버림받고 버림받음으로 해서 아니다 아니다 이러는 게 아니었.. 좋아하는 詩 2015.02.26
낙타의 꿈 - 이문재 * 낙타의 꿈 - 이문재 그가 나를 버렸을 때 나는 물을 버렸다 내가 물을 버렸을 때 물은 울며 빛을 잃었다 나무들이 그 자리에서 어두워지는 저녁 그는 나를 데리러 왔다 자욱한 노을을 헤치고 헤치고 오는 것이 그대로 하나의 길이 되어 나는 그 길의 마지막에서 그의 잔등이 되었다 오랫.. 좋아하는 詩 2014.08.07
농담 - 이문재 * 농담 - 이문재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좋아하는 詩 2009.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