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 이성복 * 봄날 - 이성복 1 어떤 저녁은 식육식당 생철대문 앞 보도블록 사이에 하얗게 피어 있었다 나는 바람을 느끼지도 못했는데 저녁은 소스라치며 떨고 있었다 나는 또 스쳐가는 내 발걸음에 깨알 같은 그것들이 으스러지고 말 것 같아, 잠시 멈춰 섰다 아무도 찾는 이 없고 아무도 전화하지 .. 좋아하는 詩 2015.04.06
세월에 대하여 - 이성복 * 세월에 대하여 - 이성복 1 석수(石手)의 삶은 돌을 깨뜨리고 채소 장수의 삶은 하루 종일 서 있다 몬티를 닮은 내 친구는 동시상영관(同時上映館)에서 죽치더니 또 어디로 갔는지 세월은 갔고 세월은 갈 것이고 이천 년 되는 해 아침 나는 손자(孫子)를 볼 것이다 그래 가야지 천국(天國).. 좋아하는 詩 2014.04.21
연애에 대하여 - 이성복 * 연애에 대하여 - 이성복 1 여자들이 내 집에 들어와 지붕을 뚫고 담 넘어간다 손이 없어 나는 붙잡지 못한다 벽마다 여자만한 구멍이 뚫려 있다 여자들이 내 방에 들어와 이불로 나를 덮어 싼다 숨 막혀 죽겠어! 이불 위에 올라가 여자들이 화투를 친다 숨 막힌 채로 길 떠난다 길 가다 외.. 좋아하는 詩 2013.05.11
남해금산 - 이성복 * 남해금산 - 이성복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 * 이성복.. 좋아하는 詩 2009.06.02
이별 - 이성복 * 이별 1 - 이성복 당신이 슬퍼하시기에 이별인 줄 알았습니다 그렇지 않았던들 새가 울고 꽃이 피었겠습니까 당신의 슬픔은 이별의 거울입니다 내가 당신을 들여다보면 당신은 나를 들여다봅니다 내가 당신인지 당신이 나인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이별의 거울 속에 우리는 서로를 바꾸었.. 좋아하는 詩 2009.06.02
편지 1~5 - 이성복 * 편지 - 이성복 1 그 여자에게 편지를 쓴다 매일 쓴다 우체부가 가져가지 않는다 내 동생이 보고 구겨버린다 이웃 사람이 모르고 밟아 버린다 그래도 매일 편지를 쓴다 길 가다 보면 남의 집 담벼락에 붙어 있다 버드나무 가지 사이에 끼여 있다 아이들이 비행기를 접어 날린다 그래도 매.. 좋아하는 詩 2009.06.02
이성복 시 모음 * 아주 흐린 날의 기억 - 이성복 새들은 무리지어 지나가면서 이곳을 무덤으로 덮는다 관 뚜껑을 미는 힘으로 나는 하늘을 바라본다 * 그날 그날 아버지는 일곱시 기차를 타고 금촌으로 떠났고 여동생은 아홉시에 학교로 갔다 그날 어머니의 낡은 다리는 퉁퉁 부어올랐고 나는 신문사로 .. 시인 詩 모음 2009.04.15
서시 - 윤동주- 이시영- 김수영 - 이성복- 이해인 * 序詩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 서시 - 이시영 어서 오라 그리운 얼굴 산 .. 좋아하는 詩 2008.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