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 - 정끝별 * 밀물 - 정끝별 가까스로 저녁에서야 두 척의 배가 미끄러지듯 항구에 닻을 내린다 벗은 두 배가 나란히 누워 서로의 상처에 손을 대며 무사하구나 다행이야 응, 바다가 잠잠해서 * 좋아하는 詩 2009.07.03
가지가 담을 넘을 때 - 정끝별 * 가지가 담을 넘을 때 - 정끝별 이를테면 수양의 늘어진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그건 수양 가지만의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얼굴 한번 못 마주친 애먼 뿌리와 잠시 살 붙였다 적막히 손을 터는 꽃과 잎이 혼연일체 믿어주지 않았다면 가지 혼자서는 한없이 떨기만 했을 것이다 한 닷새 내리.. 좋아하는 詩 2009.06.24
강그라 가르추 - 정끝별 * 강그라 가르추 - 정끝별 한밤을 가자 아무것도 쓰여지지 않은 흰밤을 맨발로 달려가자 모든 죄를 싣고 검은 야크의 눈에 서른 개의 달을 싣고 강그라 가르추를 가자 가다 갇히면 덧창문 안으로 강된장 끓이며 몇 날 며칠 오랜 슬픔에 씨앗만 해진 두 입술로 뭉쳐진 밥알을 나누며 숨죽이.. 좋아하는 詩 2009.04.10
춘분지나 - 정끝별 * 춘분지나 - 정끝별 고삐 풀린 망아지가 달려간다 너도 달려간다 봄이라잖니! 나를 빠져나와 달려가는 바보야, 바다를 빠져나온 강이 처음 바다로 달려가잖니, 새도 처음 둥지로 달려가잖니! 박차고 달려가기만 하는 철부지야, 아침 해는 하루도 빠짐없이 잠망 경처럼 불쑥불쑥 되돌아오.. 좋아하는 詩 2009.04.10
세상의 등뼈 - 정끝별 * 세상의 등뼈 - 정끝별 누군가는 내게 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입술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어깨를 대주고 대준다는 것, 그것은 무작정 내 전부를 들이밀며 무주공산 떨고 있는 너의 가지 끝을 어루만져 더 높은 곳으로 너를 올려준다는 것 혈혈단신 땅에 .. 좋아하는 詩 2009.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