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시 모음 * 폭설 - 도종환 폭설이 내렸어요 이십 년만에 내리는 큰눈이라 했어요 그 겨울 나는 다시 사랑에 대해서 생각했지요 때묻은 내 마음의 돌담과 바람뿐인 삶의 빈 벌판 쓸쓸한 가지를 분지를 듯 눈은 쌓였어요 길을 내러 나갔지요 누군가 이 길을 걸어오기라도 할 것처럼 내게 오는 길을 쓸.. 시인 詩 모음 2012.12.29
노향림 시 모음 * 안면도 - 노향림 이 여름 배낭 하나 메고 나서면 출가하듯이 몸 가벼워지네 한 끼쯤 거르고 차창에 기대다가 버스가 급커브를 돌 때마다 누군가의 어깨에 마구 휩쓸려도 좋네 해미산 능선을 넘고또 넘으면 슬금슬금 나타나는 팻말에 고남(古南)땅 그 눈썰미엔 논배미 몇이 기어가고 그 .. 시인 詩 모음 2010.08.11
오탁번 시 모음 * 순은(純銀)이 빛나는 이 아침에 - 오탁번 눈을 밟으면 귀가 맑게 트인다 나뭇가지마다 순은의 손끝으로 빛나는 눈 내린 숲길에 멈추어 선 겨울 아침의 행인들 원시림이 매몰될 때 땅이 꺼지는 소리 천 년 동안 땅에 묻혀 딴딴한 석탄으로 변모하는 소리 캄캄한 시간 바깥에 숨어 있다가 .. 시인 詩 모음 2009.12.16
윤석산(尹錫山) 시 모음 * 묘약(妙藥) - 윤석산 꽃나무 환한 그늘 아래 잠이 들었네 온통 꿈 속 꽃잎 휘날리고 누군가 가만히 와서 흔드는 손길 나는 오래도록 깨어나고 싶지 않았네 * 그 사내 도저히 입 떼지 않아 군내는 고사하고 입 안 그득 곰팡이 슬었을 듯한 그 사내와 마주하고 선다 천 길 불길 속에서 녹고 .. 시인 詩 모음 2009.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