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산경 네 편 - 황지우 * 후산경(後山經) 네 편 - 황지우 봄 밤 소쩍새가 밤새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 피로써 제 이름을 한 천만 번 쓰고 나면 일생이 두렵지 않을까 누가 나를 알아볼까 두근거리는 것도 내 여직 거기에 붙들려 있음이니 어두운 봄밤 돌담길로 다가오는 인기척을 내가 못내 피하면서도 사람이 내.. 좋아하는 詩 2013.11.07
산경(山經) - 황지우 * 산경(山經) - 황지우 무릇 經典은 여행이다. 없는 곳에 대한 地圖이므로. 누가 아빠 찾으면, 집 나갔다고 해라. 利他心은 利己心이다. 그러나 利己心은 利他心은 아니다. 내가 군대에서 배운 유일한 교훈은, 위장의 死活性이었다. 요즘은 종일 집구석에 있소. 어디든 갈 수 있어요. 무릇 .. 좋아하는 詩 2013.11.01
화엄광주(華嚴光州) - 황지우 * 화엄광주(華嚴光州) - 황지우 하늘과 땅을 溶接하는 보라色 빛 하늘의 뿌리 잠시 보여준 뒤 환희심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帝釋天, 저 멀리 구름장 밑으로 우레 소리, 도라무깡처럼 우르르르르 굴러오네 이윽고 비가 빛이 되고 願을 세우니, 거짓말이나니 희망은 作用하는 거짓말이므로 .. 좋아하는 詩 2012.11.17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 좋아하는 詩 2009.04.30
황지우 시 모음 * 화엄광주(華嚴光州) - 황지우 그때에 온 사찰과 교회와 성당과 무당에서 다 함께 종 울리고 집집마다 들고 나온 연등에서도 빛의 긴 범종 소리 따라 울리리라 ... 땅에서는 환호성, 하늘에서는 비밀한 불꽃 빛 천둥 음악 마침내 망월로 가는 골목 山水에는 기쁜 눈으로 세상 보는 보리수 .. 시인 詩 모음 2009.04.30
아, 이게 뭐냐구요 - 황지우 * 아, 이게 뭐냐구요 -'전화 이야기'풍으로 - 황지우 절망의 시한폭탄은 아니구요. 디 임파서블 드림예요. 가방이죠. 열어보라구요. 그러죠, 뭐. 사건은 없어요. 아, 이게 뭐냐구요. 지식인을 위한 변명이죠. 아편은 아니구요. 온건하지요. 다른 저의는 없어요, 필독서예요. 은유가 전혀 없구.. 좋아하는 詩 2009.04.30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 황지우 *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 황지우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 13도 영하 20도 지상에 온몸을 뿌리 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裸木)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 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 받은 몸으로, 벌 받는 목.. 좋아하는 詩 2008.12.05
늙어가는 아내에게 - 황지우 * 늙어가는 아내에게 - 황지우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 않어 그냥, 그래 그냥 살어 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 눈에 낀 눈곱을 훔치거나 그대 옷깃의 솔밥이 뜯어주고 싶게 .. 좋아하는 詩 2008.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