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게(To Autumn) - 존 키츠(John Keats) * 가을에게(To Autumn) - 존 키츠(John Keats) 1 안개와 열매가 무르익는 계절 성숙시키는 태양과 내밀한 친구여, 태양과 공모하여 초가의 처마를 휘감은 포도 덩굴에 열매를 매달아 축복하고, 이끼 낀 오두막 나무들을 사과로 휘게 해 열매마다 속속들이 익게 하고, 조롱박을 부풀리고 개암 껍질.. 좋아하는 詩 2015.09.21
추경(秋景) - 허장무 * 추경(秋景) - 허장무 이쁜 것들이 조금씩 상처 입으며 살아가겠지 미운 것들을 더러는 상처 입혀가면서 말야 바람 부는 아침 저녁으로 햇살 파리한 들판 산서어나무 가지를 흔드는 바람의 전언(傳言) 눈시울 붉히며 그래도 그대만을 사랑했던가 싶게 지성으로 푸른 하늘 아래 전신으로 .. 좋아하는 詩 2015.09.21
첫사랑 - 이우걸 * 첫사랑 - 이우걸 배경은 노을이었다 머릿단을 감싸 안으며 고요히 떴다 감기는 호수 같은 눈을 보았다 내게도 그녀에게도 준비해둔 말이 없었다 * * 바퀴는 돌면서 길은 달리면서 바퀴를 돌리지만 바퀴는 돌면서 길을 감고 있다 모나고 흠진 이 세상 둥글게 감고 있다. * * 어머니 아직도 .. 좋아하는 詩 2015.09.20
가을밤 귀뚜라미 울음 - 박형준 * 가을밤 귀뚜라미 울음 - 박형준 시가 써지지 않아 책상의 컴퓨터를 끄고 방바닥으로 내려와 연필을 깎는다 저녁 해가 넘어가다 말고 창호지에 어른거릴 때면 방문 앞에 앉아서 연필 칼끝으로 발뒤꿈치의 굳은살을 깎아내던 아버지처럼, 그것이 노동의 달콤함이고 그만의 소박한 휴식이.. 좋아하는 詩 2015.09.14
이 가을에 - 김초혜 * 이 가을에 - 김초혜 오랫동안 불타는 단풍이 부럽다 * * 안부 강을 사이에 두고 꽃잎을 띄우네 잘 있으면 된다고 잘 있다고 이때가 꽃이 필 때라고 오늘도 봄은 가고 있다고 무엇이리 말하지 않은 그 말 * * 마음 화상 그대가 그림 속의 불에 손을 데었다면 나는 금세 3도 화상을 입는다 마.. 좋아하는 詩 2015.09.14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더면 - 김소월 *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더면 - 김소월 나는 꿈꾸었노라, 동무들과 내가 가지런히 벌가의 하루 일을 다 마치고 석양에 마을로 돌아오는 꿈을, 즐거이, 꿈 가운데. 그러나 집 잃은 내 몸이여,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더면! 이처럼 떠돌으.. 좋아하는 詩 2015.09.09
푸른 밤 - 나희덕 * 푸른 밤 -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 좋아하는 詩 2015.08.24
그리운 명륜여인숙 - 오민석 * 봄 - 오민석 개울가에 매화보다 먼저 개불알꽃이 머리를 들고 있다 뜨거운 불알도 꽃잎에 들어야 별이 된다나 바람에 흔들리는 탁구공들 터질 듯이 탱탱한데 털개불알, 노랑개불알, 큰개불알 복주머니 난초라나 봄까치꽃이라나 눈 녹은 개울가에 노루오줌이 흥건하다 * * 꽃 꽃은 우주.. 좋아하는 詩 2015.08.24
강물 - 김영랑 * 강물 - 김영랑 잠 자리 서뤄서 일어났소 꿈이 고웁지 못해 눈을 떴소 베개에 차단히 눈물은 젖었는듸 흐르다못해 한방울 애끈히 고이었소 꿈에 본 강물이 몹시 보고 싶었소 무럭무럭 김 오르며 내리는 강물 언덕을 혼자서 지니노라니 물오리 갈매기도 끼륵끼륵 강물은 철 철 흘러가면서.. 좋아하는 詩 2015.08.19
달팽이의 생각 - 김원각 * 달팽이의 생각 - 김원각 다 같이 출발했는데 우리 둘밖에 안 보여 뒤에 가던 달팽이가 그 말을 받아 말했다 걱정 마 그것들 모두 지구 안에 있을 거야 * * 남해 보리암에서 소원 따위는 없고, 빈 하늘에 부끄럽다 이 세상 누구에게도 그리움 되지 못한 몸 여기 와 무슨 기도냐 별 아래 그냥.. 좋아하는 詩 2015.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