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이름은 천리향 - 손택수 * 아내의 이름은 천리향 - 손택수 세상에 천리향이 있다는 것은 세상 모든 곳에 천리나 먼 거리가 있다는 거지 한 지붕 한 이불 덮고 사는 아내와 나 사이에도 천리는 있어, 등을 돌리고 잠든 아내의 고단한 숨소리를 듣는 밤 방구석에 처박혀 핀 천리향아 네가 서러운 것은 진하디진한 향.. 좋아하는 詩 2015.04.30
멈추지 마라 - 양광모 * 멈추지 마라 - 양광모 비가 와도 가야 할 곳이 있는 새는 하늘을 날고 눈이 쌓여도 가야 할 곳이 있는 사슴은 산을 오른다 길이 멀어도 가야 할 곳이 있는 달팽이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길이 막혀도 가야 할 곳이 있는 연어는 물결을 거슬러 오른다 인생이란 작은 배 그대, 가야 할 곳이 .. 좋아하는 詩 2015.04.30
내 만일 - 강은교 * 내 만일 - 강은교 내 만일 폭풍이라면 저 길고 튼튼한 벽 너머로 한번 보란 듯 불어볼 텐데..... 그래서 그대 가슴에 닿아볼 텐데..... 번쩍이는 벽돌쯤 슬쩍 넘어뜨리고 벽돌 위에 꽂혀 있는 쇠막대기쯤 눈 깜작할 새 밀쳐내고 그래서 그대 가슴 깊숙이 내 숨결 불어넣을 텐데..... 내 만일 .. 좋아하는 詩 2015.04.20
춘곤 - 김사인 * 춘곤 - 김사인 사람 사는 일 그러하지요 한 세월 저무는 일 그러하지요 닿을 듯 닿을 듯 닿지 못하고 저물녘 봄날 골목을 빈손만 부비며 돌아옵니다. * * 김사인시집[가만히 좋아하는]-창비 좋아하는 詩 2015.04.13
봄날 - 이성복 * 봄날 - 이성복 1 어떤 저녁은 식육식당 생철대문 앞 보도블록 사이에 하얗게 피어 있었다 나는 바람을 느끼지도 못했는데 저녁은 소스라치며 떨고 있었다 나는 또 스쳐가는 내 발걸음에 깨알 같은 그것들이 으스러지고 말 것 같아, 잠시 멈춰 섰다 아무도 찾는 이 없고 아무도 전화하지 .. 좋아하는 詩 2015.04.06
시골 소년이 부른 노래 - 최서해 * 시골 소년이 부른 노래 - 최서해 나는 봄이면은 아버지 따라 소 끌고 괭이 메고 저 종달새 우는 들로 나갑니다. 아버지는 갈고 나는 파고 둥그런 달님이 저 산 위에 솟을 제 시내에 발 씻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어머니가 지어 놓으신 따뜻한 조밥 누이동생 끓여 놓은 구수한 된장찌개에 .. 좋아하는 詩 2015.04.02
봄날 - 이문재 * 봄날 - 이문재 대학 본관 앞 부아앙 좌회전하던 철가방이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저런 오토바이가 넘어질 뻔했다. 청년은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막 벙글기 시작한 목련꽃을 찍는다. 아예 오토바이에서 내린다. 아래에서 찰칵 옆에서 찰칵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나 찰칵 찰칵 백목련 사진을 .. 좋아하는 詩 2015.03.26
사랑은 아픔을 위해 존대합니다 - 칼릴 지브란 * 사랑은 아픔을 위해 존대합니다 - 칼릴 지브란 사랑이 그대를 손짓하여 부르거든 따르십시오. 비록 그 길이 어렵고 험하다 해도 사랑의 날개가 그대를 품을 때에는 몸을 맡기십시오. 비록 사랑의 날개 속에 숨은 아픔이 그대에게 상처를 준다 해도 사랑이 그대에세 말하거든 그를 믿으.. 좋아하는 詩 2015.03.15
반성 - 김영승 * 반성 16 - 김영승 술에 취하여 나는 수첩에다가 뭐라고 써 놓았다 술이 깨니까 나는 그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세 병쯤 소주를 마시니까 다시는 술마시지 말자 고 써 있는 그 글씨가 보였다 * * 반성 21 친구들이 나한테 모두 한마디씩 했다. 너는 이제 폐인이라고 규영이가 말했다. 너.. 좋아하는 詩 2015.03.05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 박목월 *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 박목월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결에는 싱그러운 미나리 냄새가 풍긴다. 해외로 나간 친구의 체온이 느껴진다. 참으로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골목길에는 손만 대면 모든 사업이 다 이루어질 것만 같다. 동, 서, 남, 북으로 틔어 있는 골목마다 수.. 좋아하는 詩 2015.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