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나비 - 김기림 * 바다와 나비 - 김기림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무우밭인가 해서 나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 * .. 좋아하는 詩 2015.08.10
장미는 손님처럼 - 문성해 * 장미는 손님처럼 - 문성해 어느새 파장 분위기로 술렁거리는 장미원에 올해도 어김없이 장미가 다니고 가신다 한번 다니러 오면 한 생애가 져버리는 우리네처럼 이승이란 있는 것 다 털고 가야 하는 곳이라서 꽃술과 꽃잎을 다 털리고 가는 저 꽃들 그래도 말똥구리로 굴러도 이승이 좋.. 좋아하는 詩 2015.07.05
보살 - 김사인 * 보살 - 김사인 그냥 그 곁에만 있으믄 배도 안 고프고, 몇날을 나도 힘도 안 들고, 잠도 안 오고 팔다리도 개뿐허요. 그저 좋아 자꾸 콧노래가 난다요. 숟가락 건네주다 손만 한번 닿아도 온몸이 다 짜르르허요. 잘 있는 신발이라도 다시 놓아주고 싶고, 양말도 한번 더 빨아놓고 싶고, 흐.. 좋아하는 詩 2015.06.27
수수께끼 - 허수경 * 수수께끼 - 허수경 극장을 나와 우리는 밥집으로 갔네 고개를 숙이고 메이는 목으로 밥을 넘겼네 밥집을 나와 우리는 걸었네 서점은 다 문을 닫았고 맥줏집은 사람들로 가득해서 들어갈 수 없었네 안녕, 이제 우리 헤어져 바람처럼 그렇게 없어지자 먼 곳에서 누군가가 북극곰을 도살하.. 좋아하는 詩 2015.06.26
각시붓꽃을 위한 연가 - 복효근 * 각시붓꽃을 위한 연가 - 복효근 각시가 따라나설까봐 오늘 산행길은 험할 텐데, 둘러대고는 서둘러 김밥 사들고 봄 산길 나섰습니다 허리 낭창한 젊은 여자와 이 산길 걸어도 좋겠다 생각하며 그리 가파르지도 않은 산길 오르는데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산비알에 저기 저기 각시붓꽃 .. 좋아하는 詩 2015.06.12
대청봉(大靑峰) 수박밭 - 고형렬 * 대청봉(大靑峰) 수박밭 - 고형렬 청봉이 어디인지. 눈이 펑펑 소청봉에 내리던 이 여름밤 나와 함께 가야 돼. 상상을 알고 있지 저 큰 산이 대청봉이지. 큼직큼직한 꿈 같은 수박 알지. 와선대 비선대 귀면암 뒷길로 다시 양폭으로, 음산한 천불동 삭정이 뼈처럼 죽어 있던 골짜기 지나서 .. 좋아하는 詩 2015.06.09
꽃잠 - 김용택 * 꽃잠 - 김용택 저기 저 남산 꽃산에 꽃 되어 가는 길 그대 만나 우리 함께 봄잠 들었네 잠자는 동안 꽃들은 피어나 우리를 덮고 새들은 날아 푸른 하늘 열었네 우리 둘이 꽃산 되어 깊은 잠 잘 때 어린 산 하나 꽃 속을 걸어나와 돌아다니며 놀다가 작은 꽃산 되어 우리 사이에 꽃잠 자네 .. 좋아하는 詩 2015.05.18
이것만 쓰네 - 이기철 * 이것만 쓰네 - 이기철 내 언어로는 다 쓸 수 없어 이것만 쓰네 山房에 벗어놓은 흰 고무신 안에 혼자 놀다 간 낮달을 내게로 날아오다 제 앉을 자리가 아닌 줄 미리 알고 되돌아간 노랑나비를 단풍잎 다 진 뒤에 혼자 남아 글썽이는 가을 하늘을 한 해 여름을 제 앞치마에 싸서 일찌감치 .. 좋아하는 詩 2015.05.11
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 * 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 국수가 먹고 싶다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좋아하는 詩 2015.05.06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 - 문정희 *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 - 문정희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면 해가 질 때였을 것이다 숨죽여 홀로 운 것도 그때였을 것이다 해가 다시 떠오르지 않을지도 몰라 해가 다시 떠오르지 않으면 당신을 못 볼지도 몰라 입술을 열어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좋아하는 詩 2015.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