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빈다 - 나태주 * 멀리서 빈다 - 나태주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 좋아하는 詩 2011.09.03
그 집에 누가 사나 - 이진명 * 그 집에 누가 사나 - 이진명 그 집에 누가 사나 내가 사나 내 외로운 마음이 수족을 움직여 식기를 씻고 사나 그토록 기척 없다니 이슬비 벌써 반나절인데 지우산을 쓰고 오늘도 올라가본 언덕 아래 지붕도 방문도 마당도 대문도 숨죽인 옛 영화의 먼 화면만 같네 방문 열릴 것만 같아 마.. 좋아하는 詩 2011.09.01
젠장, 이런 식으로 꽃을 사나 - 이진명 * 젠장, 이런 식으로 꽃을 사나 - 이진명 우이동 삼각산 도선사 입구 귀퉁이 뻘건 플라스틱 동이에 몇다발 꽃을 놓고 파는 데가 있다 산 오르려고 배낭에 도시락까지 싸오긴 했지만 오늘은 산도 싫다 예닐곱 시간씩 잘도 걷는 나지만 종점에서 예까지 삼십분을 걸어왔지만 오늘 운동은 됐.. 좋아하는 詩 2011.09.01
내 변방은 어디 갔나 - 고은 * 내 변방은 어디 갔나 - 고은 두 번 세 번 당부하구나 삼천리강산이 모조리 서울이 되어간다 오, 휘황한 이벤트의 나라 너도나도 모조리 모조리 뉴욕이 되어간다 그놈의 허브 내지 허브 짝퉁이 되어간다 말하겠다 가장 흉측망측하고 뻔뻔한 중심이라는 것 그것이 되어간다 서러웠던 곳 어.. 좋아하는 詩 2011.09.01
엉겅퀴꽃 - 양채영 * 엉겅퀴꽃 - 양채영 봄눈 녹은 물에 마른 겨울풀 뿌리를 씻고 있으면 솜털마다 돋아나는 생기. 저 후미진 논두렁 밑 일어나는 아지랭이 속을 몰래 넘겨다 보는 실팍한 엉겅퀴꽃. * *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2 * 노새야 노새야. 새끼도 낳지 못하는 노새야. 아무도 없는 아스팔트길을 똥 한.. 좋아하는 詩 2011.08.19
동두천(東豆川) - 김명인 * 동두천(東豆川) 1 - 김명인 기차가 멎고 눈이 내렸다 어둠 속에서 번쩍이는 신호등 불이 켜지자 기차는 서둘러 다시 떠나고 내 급한 생각으로는 대체로 우리들도 어디론가 가고 있는 중이리라 혹은 떨어져 남게 되더라도 저렇게 내리면서 녹는 춘삼월 눈에 파묻혀 흐려지면서 우리가 내.. 좋아하는 詩 2011.08.08
내가 흘러 너에게 닿아야 한다 - 박노해 * 내가 흘러 너에게 닿아야 한다 - 박노해 뜨거웠던 날들은 흘러가고 나에게 오라 나에게 오라 피맺힌 속울음 울어도 너는 차가운 강물로 너의 길을 흘러갔다 너에게로 내가 가야만 하는가 내가 흘러 너에게 닿아야 하는가 옳기 때문에 맞는 것이 아니었다 맞기 때문에 옳은 것도 아니었.. 좋아하는 詩 2011.07.08
웃음의 시간을 엿보다 - 이재무 * 웃음의 시간을 엿보다 - 이재무 서산 마애석불 돌 속에 새겨진 저 웃음이야말로 꽃 아니고 무엇이랴 무늬도 색깔도 냄새도 없는 저 꽃은 그러나 잔물결인 양 온몸에 번지는 웃음 하나로 보는 사람 문득 적막 속에 가둬버린다 저 인화의 웃음 속에는 시간이 출렁거린다 보는 이 가슴에 활짝 천진을 꽃.. 좋아하는 詩 2011.06.24
순천만에서 - 곽효환 * 비밀 - 조창환 나무들이 흐린 숨소리를 울리고 호수가 깊은 곳에서 가만히 떤다 쌉싸름한 아침 숨겨 둔 초상화 같은 * * 초겨울 단상 - 한영옥 동숭동 오래된 찻집, 창 곁에 바싹 붙어 앉아 커피 마시며 사람 기다리며 오가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자니 차츰 따뜻해 진다 차갑다는 요새 사.. 좋아하는 詩 2011.06.14
글씨를 말리고 - 장석남 * 글씨를 말리고 - 古山 書室에서 - 장석남 붓을 잡아보고 '一字'를 배우고 붓끝을 세워서 잠두(蠶頭)를 마치고 또 수로(垂露)*를 마치고 창으로 들어온 뉘엿한 햇빛에 떨리고 서툰 획들을 말린 일이 있습지요 내 손에서 쏟아져나온 것인지 어깨에서 쏟아져나온 것인지 하여튼 붓으로 먹을 .. 좋아하는 詩 2011.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