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기도 - 성 프란체스코 * 감사의 기도 - 성 프란체스코 큰일을 이루기 위해 힘을 주십사 기도했더니 겸손을 배우라고 연약함을 주셨습니다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는 건강을 구했는데 보다 가치 있는 일을 하라고 병을 주셨습니다 행복해지고 싶어 기도했는데 지혜로워지라고 가난을 주셨습니다 세상 사람들의 칭.. 좋아하는 詩 2011.02.18
겨울 풍경 - 박남준 * 겨울 풍경 - 박남준 겨울 햇볕 좋은 날 놀러 가고 사람들 찾아오고 겨우 해가 드는가 밀린 빨래를 한다 금세 날이 꾸무럭거린다 내미는 해 노루꽁지만하다 소한대한 추위 지나갔다지만 빨랫줄에 널기가 무섭게 버쩍버썩 뼈를 곧추세운다 세상에 뼈 없는 것들 어디 있으랴 얼었다 녹.. 좋아하는 詩 2011.02.18
마지막 눈이 내릴 때 - 문충성 * 마지막 눈이 내릴 때 - 문충성 첫눈이 내릴 때 연인들은 만날 약속한다 공원에서 카페에서 서점에서 뮤직 홀에서 인생은 연극이니 극장 앞에서 만나 연애를 하고 더러는 헤어지고 가볍게 그래 마지막 눈이 내릴 때 우리는 만날 수 있을까 허연 머리칼 위로 떨어지는 눈송이 눈송이 눈송.. 좋아하는 詩 2011.02.14
俗離山에서 - 나희덕 * 俗離山에서 - 나희덕 가파른 비탈만이 순결한 싸움터라고 여겨 온 나에게 속리산은 순하디순한 길을 열어 보였다 산다는 일은 더 높이 오르는 게 아니라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라는 듯 평평한 길은 가도 가도 제자리 같았다 아직 높이에 대한 선망을 가진 나에게 세속을 벗어나.. 좋아하는 詩 2011.02.07
산책 - 김완수 * 산책 - 김완수 마른 나뭇잎이 떨어진 길에서 추위에 떨며 그을린 나무들이 서성이고 그 나무들이 떨어뜨린 나뭇잎의 길을 따라가면 나무들이 마음 주고픈 옹달샘에 닿을 수 있나 오래된 돌담의 이끼들이 돌들의 말로 자라 무심코 지나는 누구에게든 등을 돌려세워 오래된 일과 오래되.. 좋아하는 詩 2011.02.01
고고(孤高) - 김종길 * 고고(孤高) - 김종길 북한산(北漢山)이 다시 그 높이를 회복하려면 다음 겨울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밤 사이 내린 눈 그것도 백운대(白雲臺)나 인수봉(仁壽峰) 같은 높은 봉우리만이 옅은 화장(化粧)을 하듯 가볍게 눈을 쓰고 왼 산은 차가운 수묵(水墨)으로 젖어 있는 어느 겨울날 이른 아.. 좋아하는 詩 2011.02.01
은현리 天文學校 - 정일근 * 은현리 天文學校 - 정일근 내 사는 은현리 산골에 별을 보러 가는 천문학교가 있다. 은현리 천문학교에서 나는 별반 담임 선생님. 가난한 우리반 교실에는 천체망원경이나 천리경은 없다. 그러나 어두워지기 전부터 칠판을 깨끗이 닦아놓는 착한 하늘이 있고, 일찍 등교해서 교실 유리.. 좋아하는 詩 2011.01.31
바람이 불어와 너를 비우고 지나가듯 - 박정원 * 바람이 불어와 너를 비우고 지나가듯 - 박정원 기다림은 그대로 좋은 것 바람이 불어와 너를 비우고 지나가듯 매듭짓지 마라 있는 그대로 마음 그대로 너는 한 가닥 바람으로 영원 속에 머물 존재리니 지금 네가 움켜쥐고 있는 너는 언젠가는 영원으로 돌려보내야 할 작은 빛이리니 * 좋아하는 詩 2011.01.21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 - 유안진 *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 - 유안진 겨울에는 불광동이, 여름에는 냉천동이 생각나듯 무릉도원은 도화동에 있을 것 같고 문경에 가면 괜히 기쁜 소식이 기다릴 듯하지 추풍령은 항시 서릿발과 낙엽의 늦가을일 것만 같아 春川이 그렇지 까닭도 연고도 없이 가고 싶지 얼음 풀리는 냇가에 새.. 좋아하는 詩 2011.01.17
지 살자고 하는 짓 - 하종오 * 지 살자고 하는 짓 - 하종오 밭고랑에서 삐끗해 금 간 다리뼈 겨우 붙으니 늙은 어머니는 무릎걸음으로 엉금엉금 마당가로 가 참나무 아래서 도토리 주워 껍질 까다가 막내아들이 쉬라고 하면 내뱉었다 놔둬라이, 뼈에 숭숭 드나드는 바람 달래는 거여 장가 못 든 쉰줄 막내아들이 홀로 .. 좋아하는 詩 2011.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