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잘 끓인 추어탕으로 - 고재종 * 한바탕 잘 끓인 추어탕으로 - 고재종 우리 동네 성만 씨네 산다랑치논에, 그 귀퉁이의 둠벙에, 그 옆 두엄 자리의 쇠지랑물 흘러든 둠벙에, 세상에, 원 세상에, 통통통 살 밴 누런 미꾸라지들이, 어른 손가락만 한 미꾸라지들이 득시글벅시글거리더라니, 그걸 본 거슴팍 벌떡거린 몇몇이,.. 좋아하는 詩 2011.05.27
도선장 불빛 아래 -군산에서 - 강형철 * 도선장 불빛 아래 -군산에서 - 강형철 백중사리 둥근 달이 선창 횟집 전깃줄 사이로 떴다 부두를 넘쳐나던 뻘물은 저만치 물러갔다 바다 가운데로 흉흉한 소문처럼 물결이 달려간다 꼭 한번 손을 잡았던 여인 도선장 불빛 아래 서 있다 뜨거운 날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랑할 수 없는 곳을.. 좋아하는 詩 2011.05.27
그대를 사랑하기에 나는 오늘도 행복합니다 - K. 리들리 * 그대를 사랑하기에 나는 오늘도 행복합니다 - K. 리들리 오늘도 난 그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참 행복합니다. 내 마음에서 사랑이 식지 않고 시간이 갈수록 더 뜨겁게 타오르는 것은 오직 그대가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힘겨운 짐을 지고 외로이 길을 떠나는 인생일지라도 그대.. 좋아하는 詩 2011.05.24
엉겅퀴꽃 - 민영 * 엉겅퀴꽃 - 민영 엉겅퀴야 엉겅퀴야 철원평야 엉겅퀴야 난리통에 서방 잃고 홀로 사는 엉겅퀴야 갈퀴손에 호미잡고 머리 위에 수건 쓰고 콩밭머리 주저앉아 부르느니 님의 이름 엉겅퀴야 엉겅퀴야 한탄강변 엉겅퀴야 나를 두고 어디 갔소 쑥국소리 목이 메네 * * 김용택[시가 내게로 왔.. 좋아하는 詩 2011.05.20
석굴암관세음(石窟巖觀世音)의 노래 - 서정주 * 석굴암관세음(石窟巖觀世音)의 노래 - 서정주 그리움으로 여기 섰노라 호수와 같은 그리움으로 이 싸늘한 돌과 돌 사이 얼크러지는 칡넝쿨 밑에 푸른 숨결은 내 것이로다 세월이 아주 나를 못 쓰는 티끌로서 허공에, 허공에, 돌리기까지는 부풀어오르는 가슴속에 파도와 이 사랑은 내 것이로다 오고 .. 좋아하는 詩 2011.05.10
물푸레나무에게 쓰는 편지 - 이상국 * 물푸레나무에게 쓰는 편지 - 이상국 너의 이파리는 푸르다 피가 푸르기 때문이다 작년에 그랬던 것처럼 잎 뒤에 숨어 꽃은 오월에 피고 가지들은 올해도 바람에 흔들린다 같은 별의 물을 마시며 같은 햇빛 아래 사는데 네 몸은 푸르고 상처를 내고 바라보면 나는 온몸이 꽃이다 오월이 .. 좋아하는 詩 2011.05.10
지금 저 앞산 나뭇잎들이 반짝반짝 뒤집어지는 이유는 - 이정록 * 지금 저 앞산 나뭇잎들이 반짝반짝 뒤집어지는 이유는 - 이정록 갓 깨어난 새들과 시소 놀이 해봤냐고 어린 나뭇가지들이 우쭐거리기 때문이다 잠든 새들 깨우지 않으려 이 악문 채 새벽바람 맞아본 적 있냐고 젊은것들이 어깨를 으쓱거리기 때문이다 겨울잠 자는 것들과 술래잡기하지.. 좋아하는 詩 2011.04.29
봄밤 - 김사인 * 봄밤 - 김사인 나 죽으먼 부조돈 오마넌은 내야 도ㅑ 형, 요새 삼마넌짜리도 많던데 그래두 나한테는 형은 오마넌은 내야도ㅑ 알었지 하고 노가다 이아무개(47세)가 수화기 너머에서 홍시냄새로 출렁거리는 봄밤이다. 어이, 이거 풀빵이여 풀빵 따끈할 때 먹어야 되는디, 시인 박아무개(4.. 좋아하는 詩 2011.04.25
새들의 페루 - 신용목 * 새들의 페루 - 신용목 새의 둥지에는 지붕이 없다 죽지에 부리를 묻고 폭우를 받아내는 고독, 젖었다 마르는 깃털의 고요가 날개를 키웠으리라 그리고 순간은 운명을 입고 온다 도심 복판, 느닷없이 솟구쳐오르는 검은 봉지들 꽉 물고 놓지 않는 바람의 위턱과 아래턱, 풍치의 자국으로 .. 좋아하는 詩 2011.04.23
별 - 류인서 * 별 - 류인서 만일 네가 혼기 꽉 찬 아가씨라면 네 집 담장 위에다 꽃 핀 화분 대신 유리 항아리를 올려놔주렴 행인들 중 몇은 이날을 기다려 찾아온 젊은이. 그중 발 빠른 손이 항아리를 집어 던져 깨뜨릴 테니 깨진 유리 조각을 밟고 혼례의 승낙을 구하려 네 집 대문을 두드릴 테니 * 톡 .. 좋아하는 詩 2011.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