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미읍성에 가시거든 - 나희덕 * 해미읍성에 가시거든 - 나희덕 해질 무렵 해미읍성에 가시거든 당신은 성문 밖에 말을 잠시 매어 두고 고요히 걸어 들어가 두 그루 나무를 찾아보실 일입니다 가시 돋힌 탱자울타리를 따라가면 먼저 저녁해를 받고 있는 회화나무가 보일 것입니다 아직 서 있으나 시커멓게 말라버린 그 .. 좋아하는 詩 2011.04.15
우리 오빠와 화로 - 임화 * 우리 오빠와 화로 - 임화 사랑하는 우리 오빠 어저께 그만 그렇게 위하시던 오빠의 거북무늬 질화로가 깨어졌어요 언제나 오빠가 우리들의 '피오닐' 조그만 기수라 부르는 영남이가 지구에 해가 비친 하루의 모―든 시간을 담배의 독기 속에다 어린 몸을 잠그고 사온 그 거북무늬 화로가.. 좋아하는 詩 2011.04.05
멀리 있어도 사랑이다 - 정윤천 * 멀리 있어도 사랑이다 - 정윤천 눈앞에 당장 보이지 않아도 사랑이다. 어느 길 내내, 혼자서 부르며 왔던 어떤 노래가 온전히 한 사람의 귓전에 가 닿기만을 바랐다면, 무척은 쓸쓸했을지도 모를 서늘한 열망의 가슴이 바로 사랑이다. 고개를 돌려 눈길이 머물렀던 그 지점이 사랑이다. .. 좋아하는 詩 2011.03.25
나무의 수사학 1~6 - 손택수 * 나무의 수사학 1 - 손택수 꽃이 피었다, 도시가 나무에게 반어법을 가르친 것이다 이 도시의 이주민이 된 뒤부터 속마음을 곧이곧대로 드러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나도 곧 깨닫게 되었지만 살아 있자, 악착같이 들뜬 뿌리라도 내리자 속마음을 감추는 대신 비트는 법을 익히.. 좋아하는 詩 2011.03.23
늙은 매화나무 아래서 - 김시천 * 늙은 매화나무 아래서 - 김시천 늙은 매화나무 아래서 백발 노옹 한 말씀 하신다 내가 평생 거름 져 날라 살렸더니 저도 나를 먹여살리네요 그 말씀 꽃보다 향기롭고 열매보다 실하구나 늙은 매화나무 아직 정정한 꽃 피는 봄날 * * 봄꽃을 보니 봄꽃을 보니 그리운 사람 더욱 그.. 좋아하는 詩 2011.03.17
인디언 기도문 * 인디언 기도문 -위대한 가족에게 드리는 기도문 밤과 낮을 쉬지 않고 항해하는 어머니 지구에게 다른 별에는 없는 온갖 거름을 지닌 부드러움을 지닌 흙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해를 향하고 서서 빛을 변화시키는 잎사귀들과 머리카락처럼 섬세한 뿌리.. 좋아하는 詩 2011.03.16
새싹 - 공광규 * 새싹 - 공광규 겨울을 견딘 씨앗이 한 줌 햇볕을 빌려서 눈을 떴다 아주 작고 시시한 시작 병아리가 밟고 지나도 뭉개질 것 같은 입김에도 화상을 입을 것 같은 도대체 훗날을 기다려 꽃이나 열매를 볼 것 같지 않은 이름이 뭔지도 모르겠고 어떤 꽃이 필지 짐작도 가지 않는 아주 약하고.. 좋아하는 詩 2011.03.15
지리산의 봄 1~10 - 고정희 * 지리산의 봄 1 -뱀사골에서 쓴 편지 - 고정희 남원에서 섬진강 허리를 지나며 갈대밭에 엎드린 남서풍 너머로 번뜩이며 일어서는 빛을 보았습니다 그 빛 한 자락이 따라와 나의 갈비뼈 사이에 흐르는 축축한 외로움을 들추고 산목련 한 송이 터뜨려놓습니다 온몸을 싸고도는 이 서늘한 .. 좋아하는 詩 2011.03.10
달 내놓아라 달 내놓아라 - 황상순 * 달 내놓아라 달 내놓아라 - 황상순 소나기 그친 뒤 장독대 빈 독 속에 달이 들었다 찰랑찰랑 달 하나 가득한 독 어디 숨어 있다 떼지어 나온 개구리들 달 내놓아라 달 내놓아라 밤새 아우성이다 * * 황상순시집[사과벌레의 여행]-문학 아카데미 * 봄동아, 봄똥아 봄동아 볼이 미어터지도록 너를 먹는다 .. 좋아하는 詩 2011.03.07
새봄 1~9 - 김지하 * 새봄 1 - 김지하 바람 차다 온몸에 새순 돋는다 새들이 우짖는다 터파기 굉음이 시끄럽다 쓰레기산 난지도 통일전망대 가는 길 * 새봄 2 삼월 온몸에 새순 돋고 꽃샘바람 부는 긴 우주에 앉아 진종일 편안하다 밥 한술 떠먹고 몸아픈 친구 찾아 불편한 거리를 어칠비칠 걸어간다 세월아 .. 좋아하는 詩 2011.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