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 詩를 읽고 있으면 - 이생진 * 눈 오는 날 詩를 읽고 있으면 - 이생진 시 읽는 건 아주 좋아 짧아서 좋아 그 즉시 맛이 나서 좋아 '나도 그런 생각하고 있었어' 하고 동정할 수 있어서 좋아 허망해도 좋고 쓸쓸하고 외롭고 춥고 배고파도 그 사람도 배고플 거라는 생각이 나서 좋아 눈오는 날 시를 읽고 있으면 누가 찾.. 좋아하는 詩 2010.12.01
겨울강 - 하재봉 * 겨울강 - 하재봉 해가 진 뒤 그대는 바람의 손을 잡고 안개 속으로 말달려가고 나무 그늘 아래 빈 몸으로 앉아 있는 내 귓가에선 무수히 작은 눈물로 부서지는 강물소리 겨울 강물소리 저물녘엔 강안의 갈대숲마저 깊숙이 가라앉히는 바라보면 즈믄 달이 알알이 맺혀 있는 것을 강이 처.. 좋아하는 詩 2010.11.25
국화가 피는 것은 - 길상호 * 국화가 피는 것은 - 길상호 바람 차가운 날 국화가 피는 것은 한 잎 한 잎 꽃잎을 펼 때마다 품고 있던 향기 날 실로 뽑아 바람의 가닥에 엮어 보내는 것은 생의 희망을 접고 떠도는 벌들 불러 모으기 위함이다 그 여린 날갯짓에 한 모금의 달콤한 기억을 남겨 주려는 이유에서이다 그리.. 좋아하는 詩 2010.11.05
내 노동으로 - 신동문 * 내 勞動으로 - 신동문 내 노동으로 오늘을 살자고 결심을 한 것이 언제인가. 머슴살이하듯이 바친 청춘은 다 무엇인가. 돌이킬 수 없는 젊은 날의 실수들은 다 무엇인가. 그 여자의 입술을 꾀던 내 거짓말들은 다 무엇인가. 그 눈물을 달래던 내 어릿광대 표정은 다 무엇인가. 이 야위고 .. 좋아하는 詩 2010.11.04
사람의 가을 - 문정희 * 사람의 가을 - 문정희 나의 신은 나입니다. 이 가을날 내가 가진 모든 언어로 내가 나의 신입니다 별과 별 사이 너와 나 사이 가을이 왔습니다 맨 처음 신이 가지고 온 검으로 자르고 잘라서 모든 것은 홀로 빛납니다 저 낱낱이 하나인 잎들 저 자유로이 홀로인 새들 저 잎과 저 새를 언어.. 좋아하는 詩 2010.11.01
금강산 - 한용운 * 금강산 - 한용운 萬二千峰! 無恙하냐, 금강산아 너는 너의 님이 어데서 무엇을 하는지 아느냐 너의 님은 너 때문에 가슴에서 타오르는 불꽃에, 온갖 종교, 철학, 명예, 재산, 그 외에도 있으면 있는 대로 태워버리는 줄을 너는 모르리라 너는 꽃에 붉은 것이 너냐 너는 잎에 푸른 것이 너.. 좋아하는 詩 2010.10.01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 이준관 *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 이준관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꽃밭이 내 집이었지. 내가 강아지처럼 가앙가앙 돌아다니기 시작했을 때 마당이 내 집이었지. 내가 송아지처럼 겅중겅중 뛰어다녔을 때 푸른 들판이 내 집이었지. 내가 잠자리처럼 은빛 날개를 가졌을 때 파란 하늘이 내 .. 좋아하는 詩 2010.10.01
너를 사랑한다 - 강은교 * 너를 사랑한다 - 강은교 그땐 몰랐다. 빈 의자는 누굴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의자의 이마가 저렇게 반들반들해진 것을 보게 의자의 다리가 저렇게 흠집 많아진 것을 보게 그땐 그걸 몰랐다 신발들이 저 길을 완성한다는 것을 저 신발의 속가슴을 보게 거무뎅뎅한 그림자 하나 이.. 좋아하는 詩 2010.09.29
[스크랩] 오래된 가을 오래된 가을 천 양 희 돌아오지 않기 위해 혼자 떠나 본 적이 있는가 새벽 강에 나가 홀로 울어 본 적이 있는가 늦은 것이 있다고 후회해 본 적이 있는가 한 잎 낙엽같이 버림받은 기분에 젖은 적이 있는가 바람 속에 오래 서 있어 본 적이 있는가 한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한 적이 있는가 증오보다 사랑.. 좋아하는 詩 2010.09.28
성선설 - 임영조 * 성선설 - 임영조 장기 복역하다 칠순 넘겨 출옥한 피부가 청년처럼 잔주름 하나 없이 깨끗한 어느 기이한 노인에게 목사 시인이* 물었다 헌데 비결은 아주 간단한 '건포마찰' 대답은 짧지만 사연은 너무 긴 것이었다 감방에서 몇십년을 하루도 안 거르고 자고 새면 손끝에서 발끝까지 전.. 좋아하는 詩 2010.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