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샹송 - 이수익 * 우울한 샹송 - 이수익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풀잎되어 젖어 있는 비애를 지금은 혼미하여 내가 찾는다면 사랑은 또 처음의 의상으로 돌아올까 우체국에 오는 사람들은 가슴에 꽃을 달고 오는데 그 꽃들은 바람에 얼굴이 터져 웃고 .. 좋아하는 詩 2010.07.20
접기로 한다 - 박영희 * 접기로 한다 - 박영희(1962~) 요즘 아내가 하는 걸 보면 섭섭하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하지만 접기로 한다 지폐도 반으로 접어야 호주머니에 넣기 편하고 다 쓴 편지도 접어야 봉투 속에 들어가 전해지듯 두 눈 딱 감기로 한다 하찮은 종이 한 장 일지라도 접어야 냇물에 띄울 수 있고 두 번.. 좋아하는 詩 2010.07.20
그리움엔 길이 없어 - 박태일 * 그리움엔 길이 없어 - 박태일(1954~ ) 그리움엔 길이 없어 온 하루 재갈매기 하늘 너비를 재는 날 그대 돌아오라 자란자란 물소리 감고 홀로 주저앉은 둑길 한끝 * * 당각시 울며 자며 옛 일을 잊었습니다 달빛 자락자락 삼줄 가르는 밤 당각시 겨드랑이 아득한 벼랑 두 낯 손거울엔 제 후생.. 좋아하는 詩 2010.07.05
옆을 보라 - 이원규 * 옆을 보라 - 이원규 앞만 보지 말고 옆을 보시라 버스를 타더라도 맨 앞자리에 앉아서 앞만 보며 추월과 속도의 불안에 떨지 말고 창 밖 풍경을 바라보시라 기차가 아름다운 것은 앞을 볼 수 없기 때문이지요 창 밖은 어디나 고향 같고 어둠이 내리면 지워지는 풍경 위로 선명하게 떠오.. 좋아하는 詩 2010.07.01
해는 기울고 - 김규동 * 해는 기울고 - 김규동 -운명 기쁨도 슬픔도 가거라 폭풍이 몰아친다 오, 폭풍이 몰아친다 이 넋의 고요 - 인연 사랑이 식기 전에 가야 하는 것을 낙엽 지면 찬 서리 내리는 것을 -당부 가는 데까지 가거라 가다 막히면 앉아서 쉬거라 쉬다보면 보이리 길이 * 김규동 시인 -1925년 함북 종성 .. 좋아하는 詩 2010.06.28
큰 스님 말씀 - 김주대 * 큰스님 말씀 - 김주대 풍경소리 약사전 뒷마당 산목련 하얗게 피고 지는데 전쟁에서 수만 명을 이긴 자보다 나를 이긴 자가 승리자라며 바람도 여기는 와서 큰스님 말씀 속에 잠드는데 어쩌자고 답답한 가슴 타는 불길 누굴 이기겠다고 침울했으며 누굴 이겼다고 즐거웠는지 꽃에게 묻.. 좋아하는 詩 2010.06.28
늘보의 특강 - 김추인 * 길 - 김추인 문을 나서면 문득 지도보다 먼저 길이 내 곁으로 다가서며 너 어디 갈래? 묻는다 못 들은 척 호주머니나 뒤적뒤적 딴청이면 그래 그래 그래 길이 그냥 길을 내준다 슬픈 날은 슬픔 쪽으로 쓸쓸한 날은 아직 길도 안 난 산기슭 아직 읽어내지 못한 내 이승의 끄트머릴 힐끗 보.. 좋아하는 詩 2010.06.25
투명한 속 - 이하석 * 투명한 속 - 이하석 유리 부스러기 속으로 찬란한, 선명하고 쓸쓸한 고요한 남빛 그림자 어려온다, 먼지와 녹물로 얼룩진 땅, 쇳조각들 숨은 채 더러는 이리저리 굴러다닐 때 버려진 아무것도 더 이상 켕기지 않을 때 유리 부스러기 흙 속에 깃들어 더욱 투명해지고 더 많은 것들 제 속에.. 좋아하는 詩 2010.06.25
행방 - 이영옥 * 행방 - 이영옥 어디에서 날아왔는지 꽃잎 한 장이 방충망에 붙어 어깨를 떨고 있다 아무도 없는 여기서 한참이나 울었던 것 같다 저 슬픔은 어디에서 출발한 것일까 읽던 책 속으로 다시 시선을 내리는데 아까보다는 조금 더 위쪽으로 자리를 옮겨 눈물을 찍어대고 있다 꽃이 열매에게 .. 좋아하는 詩 2010.06.25
산정묘지 1 - 조정권 * 산정묘지(山頂墓地) 1 - 조정권 겨울 산을 오르면서 나는 본다 가장 높은 것들은 추운 곳에서 얼음처럼 빛나고 얼어붙은 폭포의 단호한 침묵 가장 높은 정신은 추운 곳에서 살아 움직이며 허옇게 얼어 터진 계곡과 계곡 사이 바위와 바위의 결빙을 노래한다 간밤의 눈이 다 녹아버린 이.. 좋아하는 詩 2010.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