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雲庵 - 함민복 * 東雲庵 1 - 함민복 바위 그릇에 물 받아 놓고 스님 옷을 공양주 보살이 빤다 마음에 묻은 때야 염불과 經으로 씻지만 옷에 묻은 때는 물(水)보살의 힘을 비는 수밖에 없나보다 목탁 소리 빨랫방망이 소리 저렇게 때려대서야 겁나 도망가지 않을 때가 어디 있겠나 뒷산 푸른 나무, 붉은 흙.. 좋아하는 詩 2010.06.14
산 색(山 色) - 문효치 * 산 색(山 色) - 문효치 당신의 입김이 이렇게 흐르는 산허리는 산빛이 있어서 좋다 당신의 유방 언저리로는 간밤 꿈을 해몽하는 조용한 아우성의 마을과· 오월을 보듬은 당신의 살결은 노을, 안개 지금 당신은 산 빛 마음이다 언젠가 내가 엄마를 잃고 파혼 당한 마음을 산빛에 묻으면 .. 좋아하는 詩 2010.06.11
연꽃 - 신석초 * 연꽃 - 신석초 내가 옛 동산을 거니다니 깊은 못 속에, 푸른 이끼 끼어 어리고 붉은 연꽃은 피어나서 아(娜)한 송아리를 들었에라 붉게 피어난 연꽃이여! 네가 꿈꾸는 네안(涅槃)이 어디런가 저리도 밝고 빛난 꽃섬들이 욕망하는 입술과도 같이, 모두 진주의 포말로 젖어 있지 않은가 또 .. 좋아하는 詩 2010.06.11
새였으면 좋겠어 - 이태수 * 새였으면 좋겠어 - 이태수 새였으면 좋겠어. 지금의 내가 아니라 전생의 내가 아니라, 길짐승이 아니라 옥빛 하늘 아득히 날개를 퍼덕이는 마음 가는 델 날아오르고 내리는 새였으면 좋겠어. 때가 되면 잎을 내밀고 꽃을 터뜨리지만, 제자리에만 서 있는 나무가 아니라, 풀이 아니라, 걸.. 좋아하는 詩 2010.06.11
나무 - 류시화 * 나무 - 류시화 나에게 나무가 하나 있었다 나는 그 나무에게로 가서 등을 기대고 서 있곤 했다 내가 나무여 하고 부르면 나무는 그 잎들을 은빛으로 반짝여 주고 하늘을 보고 싶다고 하면 나무는 저의 품을 열어 하늘을 보여 주었다 저녁에 내가 몸이 아플 때면 새들을 불러 크게 울어 주.. 좋아하는 詩 2010.06.08
몽해항로(夢海航路) 1~6 - 장석주 * 몽해항로 1 -악공(樂工) - 장석주 누가 지금 내 인생의 전부를 탄주하는가. 황혼은 빈 밭에 새의 깃털처럼 떨어져 있고 해는 어둠 속으로 하강하네. 봄빛을 따라간 소년들은 어느덧 장년이 되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네. 하지 지난 뒤에 황국(黃菊)과 뱀들의 전성시대가 짧게 지나가고 유순.. 좋아하는 詩 2010.05.24
소나무에 관하여 - 박희진 * 소나무에 관하여 (On Pine)! - 박희진 * 가을햇살 받고, 벽공(碧空)의 솔잎이, 백금(白金)의 바늘로 바뀌는 걸 보게나 * 각별히 운치있는 거송(巨松)앞에 서면, 절로 옷깃이 여미어지네 * 겨울 산행(山行)에서 목마르거든, 솔잎 위에 쌓인 설화(雪花)를 먹어라 * 격(格)으로 보나 운치(韻致)로 .. 좋아하는 詩 2010.05.24
인파이터 - 코끼리군의 엽서 - 이장욱 * 인파이터 -코끼리군의 엽서 - 이장욱 저기, 저 안전해진 자들의 표정을 봐 하지만 머나먼 구름들이 선전포고를 해 온다면 나는 벙어리처럼 끝내 싸우지 김득구의 14회전, 그의 마지막 스텝을 기억하는지 사랑이 없으면 리얼리즘도 없어요 내 눈앞에 나 아닌 네가 없듯, 그런데 사과를 놓.. 좋아하는 詩 2010.05.11
꽃과 언어 - 문덕수 * 꽃과 언어 - 문덕수 언어는 꽃잎에 닿자 한 마리 나비가 된다 언어는 소리와 뜻이 찢긴 깃발처럼 펄럭이다가 쓰러진다 꽃의 둘레에서 밀물처럼 밀려오는 언어가 불꽃처럼 타다간 꺼져도 어떤 언어는 꽃잎을 스치자 한 마리 꿀벌이 된다 * * 실바람같이 매달린 님의 빈가지를 찾아 헤매는.. 좋아하는 詩 2010.05.04
불놀이 - 주요한 * 불놀이 - 주요한 아아 날이 저문다, 서편 하늘에, 외로운 강물 우에, 스러져 가는 분홍빛 놀..... 아아 해가 저물면 해가 저물면, 날마다 살구나무 그늘에 혼자 우는 밤이 또 오건마는, 오늘은 사월이라 파일날 큰 길을 물밀어가는 사람 소리는 듣기만 하여도 흥성시러운 것을 왜 나만 혼자 .. 좋아하는 詩 2010.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