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 고은 * 인사동 - 고은 인사동에 가면 오랜 친구가 있더라 얼마 만인가 성만 불러도 이름만 불러도 반갑더라 무슨 잔치같이 날마다 차일을 치겠는가 무슨 잔치같이 팔목에 으리으리한 팔찌 끼고 오겠는가 빈손이 오로지 빈손을 잡고 그냥 좋기만 하더라 험한 세상 피멍 들며 살아왔다 조금은 잘.. 좋아하는 詩 2010.09.28
망해사(望海寺) - 송종문 * 망해사(望海寺) - 송종문 만경강이 서해 바다와 만나고 김제 광활 들녘 달려온 바람의 끄트머리 거기 조그만 절 하나 꿈인 듯 있지 나 끝 모를 아픔에 허덕여 그곳 전생엔 듯 한번쯤 가본 기억 있는 것도 같은 망해사에 갈 적마다 목탁 소리 대신 나뭇잎들의 낮은 불경 소리만 들렸지 누군.. 좋아하는 詩 2010.09.20
가을애가 - 이준호 * 가을愛歌 - 이준호 오늘은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당신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눈부시게 높은 하늘을 그리고 그 안에 춤을 추듯 흔들리는 마른 구름 조각들을 또 멀리 내다보이는 철둑 길 사이로 꼬마 녀석들 몇 놈이 손을 잡고 건너는 모습을 당신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오늘은 아주 보잘 .. 좋아하는 詩 2010.09.14
내가 마음을 열지 않으면 - 나태주 * 내가 마음을 열지 않으면 - 나태주 내가 마음을 열지 않으면 흰구름도 흰구름이 아니요 꽃도 꽃이 아니다 내가 마음을 비우지 않으면 새 소리도 새 소리가 아니요 푸른 하늘도 푸른 하늘이 아니다 내가 인정하지 않는 한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같은 강물도 결코 그림이 될 수 없으며 사.. 좋아하는 詩 2010.09.11
그래도 살아야 할 이유 - 신현림 * 그래도 살아야 할 이유 - 신현림 슬퍼하지 마세요 세상은 슬퍼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니까 자살한 장국영을 기억하고 싶어 영화 <아비정전>을 돌려 보니 다들 마네킹처럼 쓸쓸해 보이네요 다들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어 해요 외롭지 않기 위해 외로워하고 아프지 않기 위해 아픈 사람.. 좋아하는 詩 2010.09.10
엄니의 화법 - 이정록 * 엄니의 화법 - 이정록 추석 맞아 장발에 파마하고 고향에 내려갔더니 너는 농사도 안 짓는 애가 왜 검불은 이고 댕기냐? 하신다 글도 안되고 이러저러 마음 시려서 몇달 만에 머리 깎고 다시 찾았더니 나라 경제가 어렵다 하드만, 그새 농사채 다 팔아먹었냐? 하신다 넉 달 전 말씀 어찌 .. 좋아하는 詩 2010.09.10
시를 다 지우다 - 장석남 * 시를 다 지우다 - 장석남 새벽빛도 홑겹만 남고 시인으로서도 참으로 오랜만에 새벽뿐인 자리에 떨고 앉아 공복을 즐기다 언제 스민 건가? 먹물 스민 손톱을 보며 그믐달처럼 웃는다 공복 창자의 이랑마다 무슨 꽃씨를 뿌릴까 무슨 망아지를 풀어볼까 시의 나라의 국경을 부수고 시의 .. 좋아하는 詩 2010.09.10
호박꽃 - 윤봉한 * 호박꽃 - 윤봉한 휴일이면 한번 다니러온 차들로 골목골목이 빽빽한 좁은 마을 길 무심코 후진하다 호박덩굴을 밟았다 얼른 빠져나가려는데 어린 호박잎과 덩굴손이 함께 이겨져 타이어에 금세 초록 물이 들었다 어쩔 줄 몰라 차에서 내렸는데 짓이겨진 덩굴 건너 노란 등불 환하게 호.. 좋아하는 詩 2010.08.31
엽서 - 장석주 * 엽서 1 - 장석주 저문 산을 다녀왔습니다 님의 관심은 내 기쁨이었습니다 어두운 길로 돌아오며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지만 내 말들은 모조리 저문 산에 던져 어둠의 깊이를 내 사랑의 약조로 삼았으므로 나는 님 앞에서 침묵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 속에 못 견딜 그리움들이 화약처럼 딱.. 좋아하는 詩 2010.08.20
내가 여전히 나로 남아야 함은 - 김기만 * 내가 여전히 나로 남아야 함은 - 김기만 끝없는 기다림을 가지고도 견뎌야만 하는 것은 서글픈 그리움을 가지고도 살아야만 하는 것은 소망 때문이요 소망을 위해서이다 그대 사랑하고부터 가진 게 없는 나 자신을 그토록 미워하며 보냈던 많은 날 가을 하늘에 날리는 낙엽처럼 내겐 참 많은 어둠이 .. 좋아하는 詩 2010.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