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인사 - 나태주 * 새해 인사 - 나태주 글쎄, 해님과 달님을 삼백 예순 다섯 개나 공짜로 받았지 뭡니까 그 위에 수없이 많은 별빛과 새소리와 구름과 그리고 꽃과 물소리와 바람과 풀벌레 소리를 덤으로 받았지 뭡니까 이제, 또 다시 삼백 예순 다섯 개의 새로운 해님과 달님을 공짜로 선물 받을 차례입니.. 좋아하는 詩 2011.01.01
아침기도 - 블랙 엘크(아메리카 인디언) * 아침 기도 - 블랙 엘크(아메리카 인디언) 서쪽의 조용한 어둠의 정령이여 우리에게 그 고요함과 온화함과 같은 통찰력을 주십시오 북쪽에 사는 눈 쌓인 산과 빙하의 흰빛 정령이여 우리에게 그 청결함과 시원함 그리고 겨울을 나는 동식물 같은 튼튼함을 주십시오 동쪽의 아침해가 떠오.. 좋아하는 詩 2010.12.31
겨울 기도 - 마종기 * 겨울 기도 1 - 마종기 하느님, 추워하며 살게 하소서 이불이 얇은 자의 시린 마음을 잊지 않게 하시고 돌아갈 수 있는 몇 평의 방을 고마워하게 하소서 겨울에 살게 하소서 여름의 열기 후에 낙엽으로 날리는 한정 없는 미련을 잠 재우시고 쌓인 눈 속에 편히 잠들 수 있는 당신의 긴 뜻을.. 좋아하는 詩 2010.12.31
저녁노을, 낮은 한숨으로 지는 그대 - 정남식 * 저녁노을, 낮은 한숨으로 지는 그대 - 정남식 여름 한낮 구름의 얼굴 하늘 푸른 거울에서 하야말간 낯을 지우며 햇빛은 우리 사랑의 물기를 고양이처럼 핥는다 길 떠난 사랑 또한 오지 않고 먹을거리 가게의 처마 끝엔 웬일인지 여름 고드름이 무장 열리고 오지 않는 뜨거운 사랑을 견디.. 좋아하는 詩 2010.12.31
겨울 아침 - 김달진 * 겨울 아침 - 김달진 까치 한마리 날아와 우는 아침 이여삐 전해 오는 기별에 환히 밝아오는 겨울빛 먼 산간마을에는 반가운 사람을 맞이하러 남빛 연기가 길 따라 피어오르고 겨울나무 가지에 쌓인 함박눈이 한 웅큼 떨어져 내릴때 환한 빛 속으로 날아가는 까치 한 마리 적요한 겨울을 .. 좋아하는 詩 2010.12.27
눈오는 저녁 숲가에 서서 - 로버트 프로스트 * 눈오는 저녁 숲가에 서서 - 로버트 프로스트 이 숲이 누구 숲인지 알 것도 같다 허나 그의 집은 마을에 있으니 그는 모르리라. 내가 여기 서서 자기 숲에 눈 쌓이는 모습을 지켜보는 걸 내 조랑말은 기이하게 여기리라 숲과 얼어붙은 호수 사이에 농가라곤 가까운 데 없는데 연중 가장 캄.. 좋아하는 詩 2010.12.27
얼음새꽃 - 곽효환 * 얼음새꽃 - 곽효환 아직 잔설 그득한 겨울 골짜기 다시금 삭풍 불고 나무들 울다 꽁꽁 얼었던 샛강도 누군가 그리워 바닥부터 조금씩 물길을 열어 흐르고 눈과 얼음의 틈새를 뚫고 가장 먼저 밀어 올리는 생명의 경이 차디찬 계절의 끝을 온몸으로 지탱하는 가녀린 새순 마침내 노오란 .. 좋아하는 詩 2010.12.25
가을, 지리산, 인연에 대하여 한 말씀 - 박남준 * 가을, 지리산, 인연에 대하여 한 말씀 - 박남준 저기 저 숲을 타고 스며드는 갓 구운 햇살을 고요히 바라보는 것 노을처럼 번져오는 구름바다에 몸을 싣고 옷소매를 날개 펼쳐 기엄둥실 노 저어 가보는 것 흰 구절초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김치 김치 사진 찍고 있는 것 그리하여 물봉숭.. 좋아하는 詩 2010.12.16
황새 - 박형준 * 황새 - 박형준 눈보라 치는 밤이었다 보퉁이를 손에 꼭 그러쥐고 서울역 광장 역 처마에 서서 노인 하나가 정신없이 길 건너 빌딩의 유리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차(汽車)를 기다리는 것일까 자신의 침과 먼지로 번들번들 빛났을 누더기 오리발 갈퀴처럼 땅바닥을 비비며 눈보라 속에서.. 좋아하는 詩 2010.12.13
산읍일지(山邑日誌) - 신경림 * 산읍 일지(山邑日誌) - 신경림 아무렇게나 살아갈 것인가 눈 오는 밤에 나는 잠이 오지 않는다 박군은 감방에서 송형은 병상에서 나는 팔을 벤 여윈 아내의 곁에서 우리는 서로 이렇게 헤어져 지붕 위에 서걱이는 눈 소리만 들을 것인가 납북된 동향의 시인을 생각한다 그의 개가한 아내.. 좋아하는 詩 2010.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