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허물 - 윤후명 * 사랑의 허물 - 윤후명 태어나면서부터 사랑을 하고 싶었다 나이 들어서도 변하지 않는 오직 하나의 마음 그러나 봄 여름 가을 겨울 헤어지는 연습만으로만 살아왔다 헤어져서는 안 된다 하면서도 그 나무 아래 그 꽃 아래 그 새 울음소리 아래 모두 사랑의 허물만 벗어놓고 나는 어디로 .. 좋아하는 詩 2010.02.22
나 하나 꽃 피어 - 조동화 * 나 하나 꽃 피어 - 조동화 나 하나 꽃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 좋아하는 詩 2010.02.22
시간의 동공 - 박주택 * 시간의 동공 - 박주택 이제 남은 것들은 자신으로 돌아가고 돌아가지 못하는 것들만 바다를 그리워한다 백사장을 뛰어가는 흰말 한 마리 아주 먼 곳으로부터 걸어온 별들이 그 위를 비추면 창백한 호흡을 멈춘 새들만이 나뭇가지에서 날개를 쉰다 꽃들이 어둠을 물리칠 때 스스럼없는 .. 좋아하는 詩 2010.02.19
안경 쓴 떡집 - 김영태 * 안경 쓴 떡집 - 김영태 안 경 떡집 쓴 유리창에 붙은 양면괘지에 무딘 붓으로 들쭉날쭉 쓴 글자가 정답다 옥순 아줌마는 떡집 주인 이름 소나무 아래 댕기 머리채 팽팽한 민살 깡뚱한 통치마 입은 극사실주의 화가들 그림에 나오는 장본인 떡도 떡 나름인데 매를 적게 맞은 떡은 .. 좋아하는 詩 2010.02.18
부부 - 문정희 * 부부 - 문정희 부부란 무더운 여름밤 멀찍이 잠을 청하다가 어둠 속에서 앵하고 모기소리가 들리면 순식간에 둘이 합세하여 모기를 잡는 사이이다 너무 많이 짜진 연고를 나누어 바르는 사이이다 남편이 턱에 바르고 남은 밥풀꽃만 한 연고를 손끝에 들고 어디 나머지를 바를 만한 곳이.. 좋아하는 詩 2010.02.08
무꽃 피다 - 마경덕 * 무꽃 피다 - 마경덕 비닐봉지를 열어보니, 후다닥 무언가 뛰쳐나간다. 가슴을 치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무꽃이다. 까만 봉지 속이 환하다. 비닐봉지에 담긴 묵은 무 한 개 꽃자루를 달고 있다. 베란다 구석에 뒹굴던 새득새득한 무. 구부정 처진 꽃대에 연보랏빛 꽃잎 달렸다. 참말 독하다.. 좋아하는 詩 2010.02.08
우리 보고 싶으면 만나자 - 용혜원 * 우리 보고 싶으면 만나자 - 용혜원 그리움이 마음의 모퉁이에서 눈물이 고이도록 번져나가면 간절한 맘 잔뜩 쌓아놓지 말고 망설임의 골목을 지나 우리 보고 싶으면 만나자 무슨 사연이 그리 많아 무슨 곡절이 그리 많아 끈적끈적 달라붙는 보고픈 마음을 근근이 막아놓는가 그렇게 고.. 좋아하는 詩 2010.01.28
거울 - 이상 * 거울 - 이상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 ㅡ 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아니.. 좋아하는 詩 2010.01.28
백련사 동백꽃 - 송수권 * 백련사 동백꽃 - 송수권 동백의 눈 푸른 눈을 아시는지요 동백의 연푸른 열매를 보신 적이 있나요 그 민대가리 동자승의 푸르슴한 정수리같은..... 그러고 보니 꽃다지의 꽃이 진 다음 이 동백숲길을 걸어보신 이라면 아기 동자승이 떼로 몰려 낭낭한 경(經) 읽는 소리 그 목탁 치는 소리.. 좋아하는 詩 2010.01.25
대관령 옛길 - 김선우 * 대관령 옛길 - 김선우 폭설주의보 내린 정초에 대관령 옛길을 오른다 기억의 단층들이 피워 올리는 각양각색의 얼음 꽃 소나무 가지에서 꽃숭어리 뭉텅 베어 입 속에 털어넣는다, 화주(火酒)..... 싸아하게 김이 오르고 허파꽈리 익어 가는지 숨 멎는다 천천히 뜨거워지는 목구멍 위장 쓸.. 좋아하는 詩 2010.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