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김치 사설(辭說) - 홍윤숙 * 묵은 김치 사설(辭說) -묵은김치독을부시다가문득그것들이탄식하는소리를 들었다 - 홍윤숙 내게도 시퍼렇던 잎이며 줄기 참대같이 푸르던 날들이 있었더니라 그 빳빳하던 사지를 소금에 절이고 절여 인고와 시련의 고춧가루 버무리고 사랑과 눈물의 파 마늘 양념으로 뼈까지 녹여 일.. 좋아하는 詩 2009.10.26
11월의 나팔꽃 - 김점희 * 11월의 나팔꽃 - 김점희 뉘라서 알까 베란다 한켠 여름내 내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던 쓸모없는 화분이 피워낸 진보라 나팔꽃을 뉘라서 알까 입동 지나 첫 눈 내린 늦은 11월 임 맞는 시악시 수줍음으로 찬바람이 비워낸 빈 가슴에 진보랏빛 유혹으로 다가온 것을 아픔이어라 가느다란 생.. 좋아하는 詩 2009.10.24
가을 아침에 - 김소월 * 가을 아침에 - 김소월 아득한 퍼스레한 하늘 아래서 회색(灰色)의 지붕들은 번쩍거리며 성깃한 섶나무의 드문 수풀을 바람은 오다가다 울며 만날 때 보일락말락하는 멧골에서는 안개가 어스러히 흘러 쌓여라 아아 이는 찬비 온 새벽이러라 냇물도 잎새 아래 얼어붙누나 눈물에 쌓여 오.. 좋아하는 詩 2009.10.24
풍장(風葬) - 황동규 * 풍장(風葬) 1 - 황동규 내 세상 뜨면 풍장시켜다오. 섭섭하지 않게 옷은 입은 채로 전자시계는 가는 채로 손목에 달아놓고 아주 춥지는 않게 가죽가방에 넣어 전세 택시에 싣고 군산에 가서 검색이 심하면 곰소쯤에 가서 통통배에 옮겨 실어다오. 가방 속에서 다리 오그리고 그러나 편안.. 좋아하는 詩 2009.10.19
상자속에 숨기고 싶은 그리움 - 한용운 * 상자속에 숨기고 싶은 그리움 - 한용운 그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않은 어느 햇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내 안에서만 머물게 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바람 같은 자유와 동심 같은 호기심을 빼앗고 싶은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내게만 그리움을 주고 내게만 꿈.. 좋아하는 詩 2009.10.16
낙엽 - 윌리엄 B. 예이츠 * 낙엽 - 윌리엄 B. 예이츠 가을이 우리를 사랑하는 기다란 잎새 위에, 보릿단 속 생쥐 위에도 머뭅니다. 머리 위 마가목 잎이 노랗게 물들고 이슬 젖은 산딸기 잎새도 노랗습니다. 사랑이 이울어가는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슬픈 우리 영혼은 지금 피곤하고 지쳐 있습니다. 헤어집시.. 좋아하는 詩 2009.09.30
달맞이꽃 - 김종섭 * 달맞이꽃 - 김종섭 풀잎이 찬 바람에 누워 별들을 세고 있는 강둑에서 꽃처럼 기운 달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슴에 한 점 온기도 없이 이슬에 젖은 꽃잎을 떨굴 때 언덕은 조용히 일어나 마른 대궁이를 꼿꼿이 세우고 감기저린 바람을 막아내고 있었다 비틀대던 욕망은 강둑에 떨어져 잘.. 좋아하는 詩 2009.09.30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 나태주 *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 나태주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사랑한다는 말 차마 건네지 못하고 삽니다 사랑한다는 그 말 끝까지 감당할 수 없기 때문 모진 마음 내게 있어도 모진 말 차마 하지 못하고 삽니다 나도 모진 말 남들한테 들으면 오래오래 잊혀지지 않기 때문 외롭고 슬픈.. 좋아하는 詩 2009.09.28
가지 않은 길 - 로버트 프로스트 * 길 - 도종환 우리 가는 길에 화려한 꽃은 없었다 자운영 달개비 쑥부쟁이 그런 것들이 허리를 기대고 피어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빛나는 광택도 내세울 만한 열매도 많지 않았지만 허황된 꿈에 젖지 않고 팍팍한 돌길을 천천히 걸어 네게 이르렀다 살면서 한 번도 크고 억센 발톱과 쩌렁.. 좋아하는 詩 2009.09.23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 백창우 *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 백창우 1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어둑한 겨울을 거슬러 성큼성큼 해를 찾아가는 눈 맑은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가슴 속에 고운 씨앗 한 개 품고 있는 가슴 저 깊은 곳에 빛나는 칼 하나 마련해둔 그대는 지금 어느 들을 걷고 있는가 멀리 개 짖는 소리 그치지 않.. 좋아하는 詩 2009.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