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빛 1 - 마종기 * 물빛 1 - 마종기 내가 죽어서 물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끔 쓸쓸해집니다. 산골짝 도랑물에 섞여 흘러내릴 때, 그 작은 물소리를 들으면서 누가 내 목소리를 알아들을까요. 냇물에 섞인 나는 물이 되었다고 해도 처음에는 깨끗하지 않겠지요. 흐르면서 또 흐르면서, 생전에 지.. 좋아하는 詩 2009.08.24
북두칠성 - 김명수 * 북두칠성 - 김명수 먼 길 떠나시던 아버님 발자국이 보인다 어두운 밤 홀로 흰 두루막자락 날리시며 검은 산 넘어 넘어 먼 길 가시던 날 어머님이 감추시던 눈물 어려 몇 방울 내 이젠 나이 들어 어린 딸 거느리고 여름 저녁 한 때 언덕에 서면 만주땅 어느 곳에 잠들어 계실 아버님 모습.... 좋아하는 詩 2009.08.20
둥근잎나팔꽃 -- 홍해리 * 둥근잎나팔꽃 - 홍해리 아침에 피는 꽃은 누가 보고 싶어 피는가 홍자색 꽃 속으로 한번 들어가 보자고, 한 번 가는 허리에 매달려 한나절을 기어오르다 어슴새벽부터 푸른 심장 뛰는 소리--- 헐떡이며 몇 백 리를 가면 너의 첫입술에 온몸이 녹을 듯, 허나 하릴없다 하릴없다 유성처럼 .. 좋아하는 詩 2009.08.07
저녁의 염전 - 김경주 * 어머니는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 - 김경주 고향에 내려와 빨래를 널어보고서야 알았네. 어머니가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는 사실을. 눈 내리는 시장 리어카에서 어린 나를 옆에 세워두고 열심히 고르시던 가족의 팬티들, 펑퍼짐한 엉덩이처럼 풀린 하늘로 확성기 소리 짱짱.. 좋아하는 詩 2009.08.06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 반칠환 *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 반칠환 보도블록 틈에 핀 씀바귀 꽃 한 포기가 나를 멈추게 한다 어쩌다 서울 하늘을 선회하는 제비 한두 마리가 나를 멈추게 한다 육교 아래 봄볕에 탄 까만 얼굴로 도라지를 다듬는 할머니의 옆모습이 나를 멈추게 한다 굽은 허리로 실업자 아들을 배웅하다 .. 좋아하는 詩 2009.08.06
직소폭포 - 김선태 * 직소폭포 - 김선태 얼마나 오래도록 탁한 생각을 흘려버려야 직소폭포, 저 차고 깨끗한 물빛이 되는가 얼마나 많은 주저와 두려움을 베어버려야 직소폭포, 저 꼿꼿한 풍경으로 설 수 있는가 얼마나 숱한 울음을 안으로 눌러 죽여야 직소폭포, 저 시원한 소리의 그늘을 드리우는가 그래, .. 좋아하는 詩 2009.08.05
꽃 핀다 꽃 진다 - 석여공 * 꽃 핀다 꽃 진다 - 석여공 지난겨울 어떻게 살았느냐고 차꽃 필 때 동백꽃 필 때 매화꽃 필 때 꽃향 머금고 좋았노라고 지난겨울 또 어떻게 살았느냐고 차꽃 질 때 동백꽃 질 때 매화꽃 질 때 그때마다 겨울 산에 등 기대고 먼 산 보았노라고 꽃 진 겨울 이마에 생 바람 불어도 참 맑았노라.. 좋아하는 詩 2009.08.05
봉숭아를 심고 - 장석남 * 봉숭아를 심고 - 장석남 조그만 샛강이 하나 흘러왔다고 하면 될까 바람들이 슬하의 식구들을 데리고 내 속눈썹을 스친다고 하면 될까 봉숭아 씨를 얻어다 화분에 묻고 싹이 돋아 문득 그 앞에 쪼그리고 앉는 일이여 돋은 떡잎 위에 어른대는 해와 달에도 겸하여 조심히 물을 뿌리는 일.. 좋아하는 詩 2009.08.05
비 그친 오후 - 嬋娟歌 - 홍해리 * 비 그친 오후 -嬋娟歌 - 홍해리 집을 비운 사이 초록빛 탱글탱글 빛나던 청매실 절로 다 떨어지고 그 자리 매미가 오셨다, 떼로 몰려 오셨다 조용하던 매화나무 가도 가도 끝없는 한낮의 넘쳐나는 소리 소낙비 소리로 나무 아래 다물다물 쌓이고 있다 눈물 젖은 손수건을 말리며 한평생.. 좋아하는 詩 2009.07.31
아침마다 눈을 뜨면 - 박목월 * 아침마다 눈을 뜨면 - 박목월 사는것이 온통 어려움인데 세상에 괴로움이 좀 많으랴 사는 것이 온통 괴로움인데 그럴수록 아침마다 눈을 뜨면 착한 일을 해야지 마음속으로 다짐하는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서로 서로가 돕고 산다면 보살피고 위로하고 의지하고 산다면 오늘 하루.. 좋아하는 詩 2009.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