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향기 - 박종영 * 풀 향기 - 박종영 산새의 울음으로 대답을 물어도 새벽이슬 머리에 이고 조용한 숲의 소리로 안아주는 풀의 향기 그, 향기 형용하기 어려운 달작 지근한 맛의 비결은 무엇인가 한 움큼 들이마시면 싱싱한 우주 한 개가 가슴에 차오르고 건드리면 더욱 진하게 퍼지는 그 융숭한 색감의 정.. 좋아하는 詩 2009.08.31
꽃잎 1-2-3 - 김수영 * 꽃잎 1 - 김수영(金洙暎) 누구한테 머리를 숙일까 사람이 아닌 평범한 것에 많이는 아니고 조금 벼를 터는 마당에서 바람도 안 부는데 옥수수잎이 흔들리듯 그렇게 조금 바람의 고개는 자기가 일어서는줄 모르고 자기가 가닿는 언덕을 모르고 거룩한 산에 가닿기 전에는 즐거움을 모르.. 좋아하는 詩 2009.08.31
소를 웃긴 꽃 - 윤희상 * 소를 웃긴 꽃 - 윤희상 나주 들판에서 정말 소가 웃더라니까 꽃이 소를 웃긴 것이지 풀을 뜯는 소의 발 밑에서 마침 꽃이 핀 거야 소는 간지러웠던 것이지 그것만이 아니라, 피는 꽃이 소를 살짝 들어 올린 거야 그래서, 소가 꽃 위에 잠깐 뜬 셈이지 하마터면, 소가 중심을 잃고 쓰러질 .. 좋아하는 詩 2009.08.31
참깨를 털면서 - 김준태 * 참깨를 털면서 - 김준태 산그늘 내린 밭 귀퉁이에서 할머니와 참깨를 턴다 보아하니 할머니는 슬슬 막대기질을 하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나는 한번을 내리치는 데도 힘을 더한다 세상사(世上事)에는 흔히 맛보기가 어려운 쾌감이 참깨를 털어 대는 일엔 희한.. 좋아하는 詩 2009.08.28
밤길 - 김영재 * 밤길 - 김영재 산이 산을 껴안고 겹겹이 잠드는 밤 우리는 길을 잃고 길 찾아 상처 입는다 그 상처 별이 될 때까지 걷고 또 걷는 밤길 산에서 밤을 만나면 육신의 눈 닫힌다 속세의 그리움도 욕망의 겨드랑이도 끊어져 무너져 내리는 밤 빛 삼킨 어둠만 불멸! * * 화엄동백 뚝뚝 목이 지는 .. 좋아하는 詩 2009.08.28
[스크랩] 9월이 오면 9월이 오면 - 정용철 9월이 오면 잊고지낸 당신을 찾아 길을 떠날것 입니다 그동안 내가 당신을 잊은 것은 당신을 떠나기 위함이 아니라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는줄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9월이 오면 당신에게 편지를 쓰겠습니다 편지를 보내고 우체국 계단을 내.. 좋아하는 詩 2009.08.26
기다리는 마음 - 김민부 * 기다리는 마음 - 김민부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날 불러 주오 월출봉에 달 뜨거든 날 불러 주오 기다려도 기다려도 님 오지 않고 빨래 소리 물레 소리에 눈물 흘렸네 봉덕사에 종 울리면 날 불러 주오 저 바다에 바람 불면 날 불러 주오 기다려도 기다려도 임 오지 않고 파도 소리 물새 소리.. 좋아하는 詩 2009.08.25
빈집의 약속 - 문태준 * 빈집의 약속 - 문태준 마음은 빈집 같아서 어떤 때는 독사가 살고 어떤 때는 청보리밭 너른 들이 살았다 볕이 보고 싶은 날에는 개심사 심검당 볕 내리는 고운 마루가 들어와 살기도 하였다 어느 날에는 늦눈보라가 몰아쳐 마음이 서럽기도 하였다 겨울 방이 방 한 켠에 묵은 메주를 매.. 좋아하는 詩 2009.08.25
바깥 - 문태준 * 바깥 - 문태준 장대비 속을 멧새 한 마리가 날아간다 탄환(彈丸)처럼 빠르다 너무 빠른 것은 슬프다 갈 곳이 멀리 마음이 멀리에 있기 때문이다 하얀 참깨꽃 핀 한 가지에서 도무지 틈이 없는 빗속으로 소용돌이 쳐 뚫고 날아가는 멧새 한 마리 저 전속력(全速力)의 힘 그리움의 힘으로 .. 좋아하는 詩 2009.08.25
개심사 - 마종기 * 개심사(開心寺) - 마종기 구름 가까이에 선 골짜기 돌아 스님 한 분 안 보이는 절간 마당, 작은 불상 하나 마음 문 열어놓고 춥거든 내 몸 안에까지 들어오라네. 세상에서 제일 크고 넓은 색깔이 양지와 음지로 나뉘어 절을 보듬고 무거운 지붕 짊어진 허리 휜 기둥들, 비틀리고 찢.. 좋아하는 詩 2009.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