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변주곡(變奏曲) - 김수영 * 사랑의 변주곡(變奏曲) - 金洙暎 욕망이여 입을 열어라 그 속에서 사랑을 발견하겠다 도시의 끝에 사그러져가는 라디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사랑처럼 들리고 그 소리가 지워지는 강이 흐르고 그 강 건너에 사랑하는 암흑이 있고 3월을 바라보는 마른 나무들이 사랑의 봉오리를 준비하.. 좋아하는 詩 2009.07.17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 김수영 *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 김수영(金洙暎)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 좋아하는 詩 2009.07.17
폭포 - 김수영 * 폭포(瀑布) - 김수영(金洙暎)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고매한 정신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 좋아하는 詩 2009.07.15
시詩 - 파블로 네루다 * 시詩 - 파블로 네루다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였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밤의 가지에서 .. 좋아하는 詩 2009.07.15
누군가 창문을 조용히 두드리다 간 밤 - 김경주 * 누군가 창문을 조용히 두드리다 간 밤 - 김경주 불을 끄고 방 안에 누워 있었다 누군가 창문을 잠시 두드리고 가는 것이었다 이 밤에 불빛이 없는 창문을 두드리게 한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이곳에 살았던 사람은 아직 떠난 것이 아닌가 문을 열고 들어오면 문득 내가 아닌 누군가 방.. 좋아하는 詩 2009.07.14
편지 - 헤르만 헤세 * 편지 - 헤르만 헤세 서쪽에서 바람이 불어옵니다 보리수 나무 거칠게 출렁대며 나뭇가지 사이로 달님이 내 방 속을 엿보고 있습니다 나를 버리고 떠난 사랑하던 연인에게 긴 편지를 썼습니다 달님이 편지 위를 비쳐 줍니다 부드럽고 고요한 달빛이 글자 위를 스쳐갈 때 내 마음 울음 터.. 좋아하는 詩 2009.07.13
편지 - 용혜원 * 편지 - 용혜원 왜 기다려질까 빨간 우체통이 떠오르고 우편 배달부가 눈앞에 다가오는 것일까 내 마음을 찾아오는 반가운 소식이 기다려진다 * 편지 그대가 보내준 편지를 받아들고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릅니다 어찌나 여러 번 읽었는지 오래된 종이처럼 낡아버린 모양이 되었습니다 .. 좋아하는 詩 2009.07.13
절벽(絶壁) - 이상 * 絶壁 - 이상 꽃이보이지않는다.꽃이香기롭다.香氣가滿開한다.나는거 기墓穴을판다.墓穴도보이지않는다.보이지않는墓穴속에나 는들어앉는다.나는눕는다.또꽃이香기롭다.꽃은보이지않는 다.香氣가滿開한다.나는잊어버리고再처거기墓穴을판다. 墓穴은보이지않는다.보이지않는墓穴로.. 좋아하는 詩 2009.07.13
쓸쓸한 여름 - 나태주 * 쓸쓸한 여름 - 나태주 챙이 넓은 여름모자를 하나 사주고 싶었는데 그것도 빛깔이 새하얀 걸로 하나 사주고 싶었는데 올해도 오동꽃은 피었다 지고 개구리 울음 소리 땅 속으로 다 자즈러 들고 그대 만나지도 못한 채 또다시 여름은 와서 나만 혼자 집을 지키고 있소 집을 지키며 앓고 .. 좋아하는 詩 2009.07.11
해남에서 온 편지 - 이지엽 * 해남에서 온 편지 - 이지엽 아홉배미 길 질컥질컥해서 오늘도 삭신 쿡쿡 쑤신다 아가 서울 가는 인편에 쌀 쪼깐 부친다 비민하것냐만 그래도 잘 챙겨 묵거라 아이엠에픈가 뭔가가 징허긴 징헌갑다 느그 오래비도 존화로만 기별 딸랑하고 지난 설에도 안와부럿다 애비가 알믄 배락을 칠 .. 좋아하는 詩 2009.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