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해 좋다 - 나태주 * 지는 해 좋다 - 나태주 지는 해 좋다 볕바른 창가에 앉은 여자 눈밑에 가늘은 잔주름을 만들며 웃고 있다. 이제 서둘지 않으리라 두 손 맞잡고 밤을 새워 울지도 않으리라 그녀 두 눈 속에 내가 있음을 내가 알고 나의 마음 속에 그녀가 살고 있음을 그녀가 안다. 지는 해 좋다. 산그늘이 .. 좋아하는 詩 2009.07.10
찬비 내리고 - 나희덕 * 찬비 내리고 -편지 1 - 나희덕 우리가 후끈 피워냈던 꽃송이들이 어젯밤 찬비에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합니다 그러나 당신이 힘드실까봐 저는 아프지도 못합니다 밤새 난간을 타고 흘러내리던 빗방울들이 또한 그러하여 마지막 한 방울이 차마 떨어지지 못하고 공중에 매달려 있습니다 .. 좋아하는 詩 2009.07.09
높새가 불면 - 이한직 * 높새가 불면 - 이한직 높새가 불면 당홍(唐紅) 연도 날으리 향수(鄕愁)는 가슴 깊이 품고 참대를 꺾어 지팽이 짚고 짚풀을 삼아 짚세기 신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슬프고 고요한 길손이 되오리 높새가 불면 황(黃)나비도 날으리 생활(生活)도 갈등(葛藤)도 그리고 산술(算術)도 다 잊어버.. 좋아하는 詩 2009.07.07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 장석남 *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 장석남 죽은 꽃나무를 뽑아낸 일뿐인데 그리고 꽃나무가 있던 자리를 바라본 일뿐인데 목이 말라 사이다를 한 컵 마시고는 다시 그 자리를 바라본 일뿐인데 잘못 꾼 꿈이 있었나? 인젠 꽃이름도 잘 생각나지 않는 잔상들 지나가는 바람이 잠시 손금을 펴보.. 좋아하는 詩 2009.07.06
빈 마당을 볼 때마다 - 장석남 * 빈 마당을 볼 때마다 - 장석남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서 있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어느 꽃나무 아래 앉아 있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풀잎 끝에서 흔들리고 있다 꽃이 시들고 있다 이미 무슨 꽃인지도 모르겠다 그 속에서도 너는 있다 빈 하늘을 볼 때마다 너는 떠 있다 빈 .. 좋아하는 詩 2009.07.06
수묵정원 - 장석남 * 수묵(水墨)정원 -序 - 장석남 날이 새고 보니 水墨의 어느 정원 속이었다 안개가 돌을 감고 있었다 지나간 밤들 속에서 별을 관찰하던 자리였을까? 누가 살던 집인지 둥그렇게 집터가 있고 웃자란 나무들 하늘로 뻗쳤다 사금파리 흩어진 마른 개울 속에 침묵이 콸콸콸콸 흐르고 있었다 .. 좋아하는 詩 2009.07.06
살구꽃은 어느새 푸른 살구열매를 맺고 - 문태준 * 살구꽃은 어느새 푸른 살구열매를 맺고 - 문태준 외떨어져 살아도 좋을 일 마루에 앉아 신록이 막 비 듣는 것 보네 신록에 빗방울이 비치네 내 눈에 녹두 같은 비 살구꽃은어느새 푸른 살구열매를 맺고 나는 오글오글 떼지어 놀다 돌아온 아이의 손톱을 깎네 모시조개가 모래를 뱉어 놓.. 좋아하는 詩 2009.07.05
개구리울음소리 - 최창균 * 개구리울음소리 - 최창균 개구리울음소리에다 나는 발을 빠뜨렸다 어느 봄 밤 물꼬 보려 논둑 길 들어서자 뚝 그친 개구리울음소리에다 나는 발을 빠뜨려 고요의 못을 팠다 한 발 한 발 개구리울음소리 지워 나갈수록 깊어지는 고요의 못에다 내 생의 발자국소리 빠뜨렸던 것 나는 등뒤.. 좋아하는 詩 2009.07.05
옥수수 - 용혜원 * 옥수수 - 용혜원 먹구름이 몰고 온 여름에 수많은 이야기가 들판으로 모여든다 할아버지 수염을 달고 익어가는 옥수수가 가난한 여인의 치마폭에 감싸여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알맹이 하나하나에 예쁘디예쁜 개구쟁이 꼬마들의 웃음소리가 가득 차 있다 신나는 것은 수많은 이야기가 .. 좋아하는 詩 2009.07.04
소낙비 쏟아지듯 살고 싶다 - 용혜원 * 소낙비 쏟아지듯 살고 싶다 - 용혜원 여름날 소낙비가 시원스레 쏟아질 때면 온 세상이 새롭게 씻어지고 내 마음까지 깨끗이 씻어지는 것만 같아 기분이 상쾌해져 행복합니다 어린 시절 소낙비가 쏟아져 내리는 날이면 그 비를 맞는 재미가 있어 속옷이 다 젖도록 그 비를 온몸으로 다 .. 좋아하는 詩 2009.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