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하루는 여행을 - 용혜원 * 어느 날 하루는 여행을 - 용혜원 어느 날 하루는 여행을 떠나 발길 닿는 대로 가야겠습니다 그날은 누구를 꼭 만나거나 무슨 일을 해야 한다는 마음의 짐을 지지 않아서 좋을 것입니다 하늘도 땅도 달라 보이고 날아갈 듯한 마음에 가슴 벅찬 노래를 부르며 살아 있는 표정을 만나고 싶습.. 좋아하는 詩 2009.07.04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 2 - 용혜원 * 함께 있으면 좋은사람 2 - 용혜원 그대의 눈빛 익히며 만남이 익숙해져 이제는 서로가 함께 있으면 편안하고 좋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쓸쓸하고, 외롭고, 차가운 이 거리에서 나, 그대만 있으면 언제나 외롭지 않습니다 그대와 함께 있으면 내 마음에 젖어드는 그대의 향기가 향기로와 내 .. 좋아하는 詩 2009.07.04
밀물 - 정끝별 * 밀물 - 정끝별 가까스로 저녁에서야 두 척의 배가 미끄러지듯 항구에 닻을 내린다 벗은 두 배가 나란히 누워 서로의 상처에 손을 대며 무사하구나 다행이야 응, 바다가 잠잠해서 * 좋아하는 詩 2009.07.03
오랑캐꽃 - 괴테 * 오랑캐꽃 - 괴테 한 송이 제비꽃이었다네! 그때 어린 양치기 소녀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가까이, 가까이 목장으로 걸어오며 노래를 불렀다네 아, 제비꽃은 생각했다네 '내가 만일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꽃이라면!' '그런데 아, 내가 초라한 제비꽃에 불과하구나 사.. 좋아하는 詩 2009.07.01
고요 - 오규원 * 고요 - 오규원 라일락 나무 밑에는 라일락 나무의 고요가 있다 바람이 나무 밑에서 그림자를 흔들어도 고요는 고요하다 비비추 밑에는 비비추의 고요가 쌓여 있고 때죽나무 밑에는 개미들이 줄을 지어 때죽나무의 고요를 밟으며 가고 있다 창 앞의 장미 한 송이는 위의 고요에서 아래의 .. 좋아하는 詩 2009.07.01
꽁보리밥 - 윤용기 * 꽁보리밥 - 윤용기 꺼칠꺼칠한 보리이삭 도리깨로 타작하여 방앗간에 찧고 찧어 가난을 다듬고 다듬어 물에 퉁퉁 불려서 고두밥을 만들고 그 밥을 다시 넣어 솔가지 불에 쑤셔 넣어 만든 꽁보리밥 물에 말아 풋고추에 된장 찍어 썩썩 한 그릇 해치우면 세상 무서울 것 없던 시대 아아 추.. 좋아하는 詩 2009.06.30
마당에 배를 매다 - 장석남 * 마당에 배를 매다 - 장석남 마당에 녹음(綠陰) 가득한 배를 매다 마당 밖으로 나가는 징검다리 끝에 몇 포기 저녁 별 연필 깎는 소리처럼 떠서 이 世上에 온 모든 生들 측은히 내려보는 그 노래를 마당가의 풀들과 나와는 지금 가슴 속에 쌓고 있는 밧줄 당겼다 놓았다 하는 영혼 혹은 갈.. 좋아하는 詩 2009.06.30
배를 매며 - 장석남 * 배를 매며 - 장석남 아무 소리도 없이 말도 없이 등뒤로 털썩 밧줄이 날아와 나는 뛰어가 밧줄을 잡아다 배를 맨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배는 멀리서부터 닿는다. 사랑은, 호젓한 부둣가에 앉아 우연히, 별 그럴 일도 없으면서 넋놓고 앉았다가 배가 들어와 던져지는 밧줄을 받는 .. 좋아하는 詩 2009.06.30
배를 밀며 - 장석남 * 배를 밀며 - 장석남 배를 민다 배를 밀어보는 것은 아주 드문 경험 희번덕이는 잔잔한 가을 바닷물 위에 배를 밀어넣고는 온몸이 아주 추락하지 않을 순간의 한 허공에서 밀던 힘을 한껏 더해 밀어주고는 아슬아슬히 배에서 떨어진 손, 순간 환해진 손을 허공으로부터 거둔다 사.. 좋아하는 詩 2009.06.30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 복효근 *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 복효근 내가 꽃피는 일이 당신을 사랑해서가 아니라면 꽃은 피어 무엇하리 당신이 기쁨에 넘쳐 온누리 햇살에 둘리어있을 때 나는 꽃피어 또 무엇하리 또한 내 그대를 사랑한다 함은 당신의 가슴 한복판에 찬란히 꽃피는 일이 아니라 눈두덩 찍어내며 .. 좋아하는 詩 2009.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