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길 - 한하운 * 비 오는 길 - 한하운 酒幕도 비를 맞네 가는 나그네 빗길을 갈까 쉬어서 갈까 무슨 길 바삐 바삐 가는 나그네 쉬어갈 줄 모르랴 한잔 술을 모르랴 * 한하운시집[보리피리]-미래사 * 파랑새 나는 나는 죽어서 파랑새가 되어 푸른 하늘 푸른 들 날아다니며 푸른 노래 푸른 울음 울어 예으리 .. 좋아하는 詩 2009.06.29
향수 - 정지용 * 鄕愁 -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ㅡ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 좋아하는 詩 2009.06.29
우산 속으로도 비 소리는 내린다 - 함민복 * 성선설 - 함민복 손가락이 열 개인 것은 어머님 뱃속에서 몇 달 은혜 입나 기억하려는 태아의 노력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 * 우산 속으로도 비 소리는 내린다 우산은 말라가는 가슴 접고 얼마나 비를 기다렸을까 비는 또 오는게 아니라 비를 기다리는 누군가를 위해 내린다는 생각을 위.. 좋아하는 詩 2009.06.29
꽃 - 함민복 * 꽃 - 함민복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서 담장을 보았다 집 안과 밖의 경계인 담장에 화분이 있고 꽃의 전생과 내생 사이에 국화가 피었다 저 꽃은 왜 흙의 공중섬에 피어 있을까 해안가 철책에 초병의 귀로 매달린 돌처럼 도둑의 침입을 경보하기 위한 장치인.. 좋아하는 詩 2009.06.26
가지가 담을 넘을 때 - 정끝별 * 가지가 담을 넘을 때 - 정끝별 이를테면 수양의 늘어진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그건 수양 가지만의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얼굴 한번 못 마주친 애먼 뿌리와 잠시 살 붙였다 적막히 손을 터는 꽃과 잎이 혼연일체 믿어주지 않았다면 가지 혼자서는 한없이 떨기만 했을 것이다 한 닷새 내리.. 좋아하는 詩 2009.06.24
찔레꽃 - 송찬호 * 찔레꽃 - 송찬호 그해 봄 결혼식 날 아침 네가 집을 떠나면서 나보고 찔레나무숲에 가보라 하였다 나는 거울 앞에 앉아 한쪽 눈썹을 밀면서 그 눈썹 자리에 초승달이 돋을 때쯤이면 너를 잊을 수 있겠다 장담하였던 것인데 읍내 예식장이 떠들썩했겠다 신부도 기쁜 눈물 흘렸겠다 나는 .. 좋아하는 詩 2009.06.24
지옥에 - 지옥 1~3 - 김지하 * 지옥에 - 김지하 지옥에 청정한 나무 한 그루만 잎새 하나만 있다면 그것은 하늘 생명의 기억 나무처럼 잎새처럼 팔을 벌리고 창세기를 창세기를 다시 시작하리라 * 지옥 1 꿈꾸네 새를 꿈꾸네 새 되어 어디로나 나는 꿈을 미쳐 꿈꾸네 가름투성이 공장바닥 거적대기에 녹슨연장 되어 쓰.. 좋아하는 詩 2009.06.24
새 길을 가기 위해 모든 길을 멈추자 - 반칠환 * 새 길을 가기 위해 모든 길을 멈추자 - 반칠환 한해의 노을이 내리는 저녁 강가에서 발을 씻는 사람들아 그 여름의 뙤약볕과 큰물과 바람을 모두 견뎠느냐 휩쓸고 몰아친 그 길 무릎걸음으로 걸어온 이들 한두 사람뿐이랴 한해의 노을이 내리는 저녁 강가에서 이마를 훔치는 사람들아 올.. 좋아하는 詩 2009.06.22
은행나무 부부 - 반칠환 * 은행나무 부부 - 반칠환 십 리를 사이에 둔 저 은행나무 부부는 금슬이 좋다 삼백년 동안 허운 옷자락 한 번 만져보지 못했지만 해마다 두 섬 자식이 열렸다 언제부턴가 까치가 지은 삭정이 우체통 하나씩 가슴에 품으니 가을마다 발치께 쏟아놓는 노란 엽서가 수천 통 편지를 훔쳐 읽던.. 좋아하는 詩 2009.06.22
냄비보살 마하살 - 반칠환 * 냄비보살 마하살 - 반칠환 허름한 시골 함바 집 식탁 위 처억 이름 모를 냄비가 앉았다 간 검은 궁둥이 자국을 본다 손으로 쓸어보지만 검댕은 묻어나지 않는다 아무리 바쁘고 속이 타도 궁둥 걸음밖에 할 수 없었을 어떤 아낙의 모습 선연하다 눈물 나게 뜨거워 달아났다가도 가슴 시리.. 좋아하는 詩 2009.06.22